배터리 전쟁 끝났다…전격합의

입력 2021-04-11 17: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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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벌여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이 양사의 전격 합의로 2년여 만에 종결됐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11일(한국시간) 미 ITC에서 진행되고 있는 배터리 분쟁을 모두 종식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19년 4월부터 713일간 진행된 모든 소송절차와 분쟁은 종식됐다.

최종 합의 금액은 2조 원(현금 1조원+로열티 1조원)이다. 로열티에 관한 세부 내용은 양사 합의에 따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합의금 2조 원, 10년간 추가 쟁송 않기로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에 현재가치 기준 총액 2조 원을 합의된 방법에 따라 지급하고 관련한 국내외 쟁송을 모두 취하하며, 향후 10년간 추가 쟁송도 하지 않기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 김종현 사장과 SK이노베이션 김준 사장은 “한미 양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발전을 위해 건전한 경쟁과 우호적인 협력을 하기로 했다”며 “특히 미국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배터리 공급망 강화 및 이를 통한 친환경 정책에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11일 오후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의안을 의결했고, 협의 내용 발표에 앞서 CEO급 협의체를 통해 합의 금액 규모와 지급 방법 등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극한 대립하던 양사, 미 정부 중재에 전격 합의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합의는 요원해 보였다. 지난달 초 양사 최고위급 경영진 협상에서도 합의금 규모 차이(LG 약 3조 원, SK 약 1조 원)를 좁히지 못하고 협상은 결렬됐다. 6일까지도 양사는 특허 침해 소송과 관련한 날선 공방전을 이어갔고 아무런 변화 없이 마지막 주말을 맞았다.

양사의 전격 합의 소식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1차 소송 최종 판결(SK이노베이션 배터리 10년간 미국 수입 금지)에 대한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한국 시간 월요일 오후 1시)을 하루 앞둔 11일 새벽 외신을 통해 먼저 전해졌다.
‘미국 공장 철수’까지 고려한다며 배수의 진을 쳤던 SK이노베이션과 주총을 통해 ‘피해규모에 합당한 배상을 받겠다’고 압박하던 LG에너지솔루션이 전격 합의에 이른 배경은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SK이노베이션의 미국 투자를 유지하면서, 미국 사회가 중요시하는 지식재산권(IP) 보호도 하고 싶어 했다. ITC 판결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이유다. 결국 유일한 해법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합의뿐이었던 셈이다. 이날 블룸버그 통신은 “한국과 미국 정부는 양사가 합의에 도달하도록 압력을 가했다”고 전했다.

수천억 원에 달하는 소송비용, 기업 이미지 실추, 소송이 길게 이어질 경우 중국 배터리 기업에게 반사 이익을 제공할 수밖에 없는 업계 구조 등도 양사의 합의를 이끌어 낸 현실적인 배경이다.

또한 업계에서는 지난달 31일 최태원 SK 회장과 구광모 LG 회장의 전격 회동도 합의를 이끌어낸 밑거름이 됐다고 보고 있다.

기술력 앞세운 진검 승부는 지금부터 시작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전격적으로 합의하면서 SK이노베이션 배터리의 10년간 미국 수입 금지는 무효화됐다. 미 델라웨어 재판부에 계류 중인 영업비밀 침해 관련 배상금 소송 등 국내외에서 진행 중이던 모든 소송도 취하된다. 이로 인해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사업을 계속 영위하면서 미 조지아주 공장에서 폭스바겐, 포드용 배터리 생산과 납품을 차질 없이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미국 시장을 겨냥한 신규 투자도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26억 달러(약 2조 원) 규모의 배터리 1·2 공장 투자를 진행 중이다. 1공장에서는 내년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한다. 이어 2025년까지 24억 달러(약 2조7000억 원)를 추가 투자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2025년까지 미국에 5조 원 이상을 투입해 최소 2곳의 신규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를 통해 미국 자동차 시장 점유율 25%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제 목표를 향해 순항할 수 있게 됐다.

이제 막 개화하기 시작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지난해 30만 대 수준에서 2025년 240만 대, 2030년 480만 대, 2035년 800만 대 등 연평균 25%대 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시장을 이끌어나갈 배터리 업계의 진검 승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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