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진모영 감독의 ‘님아’, 6개국 글로벌 시리즈로 확장 (종합)

입력 2021-04-15 13: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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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진모영 감독의 ‘님아’, 6개국 글로벌 시리즈로 확장 (종합)

다큐멘터리 영화 사상 최초로 480만 관객을 동원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2014)의 진모영 감독이 새로운 ‘님아’ 시리즈로 돌아왔다. 넷플릭스와 손잡고 글로벌 시리즈 콘텐츠로 확장시킨 것. 미국, 스페인, 브라질, 일본, 인도 그리고 한국 노부부의 일상을 담은 ‘님아: 여섯 나라에서 만난 노부부 이야기’를 통해 국경을 초월한 ‘사랑’을 진솔하게 담아냈다.

지난 13일 콘텐츠 글로벌 공개 이후 15일 오후 1시 온라인으로 진행된 진모영 감독과의 화상 인터뷰. 진 감독은 이날 먼저 넷플릭스 시리즈로 만들어진 것에 대해 “시리즈가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넷플릭스로부터 제안 받았을 때 별다르게 고민할 이유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2014)를 만들 때 기존에 국민적인 사랑을 받은 ‘인간극장’이라는 콘텐츠가 있었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똑같이 TV에 하겠다고 다큐멘터리로 만들지 않았다. ‘영화로 만들어서 전세계 관객들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며 “이번에 ‘님아’ 시리즈를 만들면서 190개국 시청자들을 만나게 됐다. ‘전세계 관객들을 만나는 기회가 이렇게 생기는구나’ ‘잘됐다’ 싶었다. 공개 전에는 떨렸는데 국내외 반응을 보면서 ‘만들기 잘했구나’ 싶더라”고 소감을 밝혔다.


‘님아: 여섯 나라에서 만난 노부부 이야기’(이하 ‘님아’)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에서 영감을 받아 긴 시간을 함께해온 미국, 스페인, 브라질, 일본, 인도, 한국 등 여섯 나라 노부부의 일상을 통해 국경을 초월하는 보편적인 사랑과 감동의 순간을 담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다. 진 감독은 “2017년 9월경 넷플릭스로부터 ‘님아, 그강을 건너지 마오’를 IP로 하는 전세계 버전을 만들자는 제안을 받았다. 당시 국내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을 만든 동료도 경험도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 불안감은 있었다”고 털어놨다.

넷플릭스의 제안으로 성사된 이번 프로젝트에서 진모영 감독은 ‘님아’의 총괄 제작자이자 한국 에피소드의 연출가로 참여했다. 각 나라의 감독이 국가별의 에피소드 촬영을 진행했으며 2018부터 2019년까지 80~100회차의 촬영을 거쳐 세계 곳곳 커플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담아냈다.

진 감독은 “처음에는 ‘님아, 그강을 건너지 마오’ IP에서 출발한 것이라 굉장히 비슷한 콘텐츠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만들어가면서 보니까 감독마다 스타일이 있고 각 나라의 개성도 묻어나더라. ‘님아’의 흐름을 타지만 각자의 개성이 발휘된 콘텐츠가 탄생한 것 같다. 서로 다르면서도 조화를 이뤄서 기분 좋게 고마운 마음이 들더라. 코로나19 때문에 만나지는 못했지만 내 친구고, 동료라는 마음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님아’ 시리즈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이야기를 모태로 하는 만큼 한국 강계열 할머니가 직접 적은 이미지를 에피소드의 타이틀로 그려냈다. 진 감독은 계열 할머니가 예전에는 한글을 읽고 쓰지 못했지만 이제는 한글을 배우고 간판도 읽는다고 밝혔다. 그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계약서 서명할 때는 자녀분들이 쓴 것을 보고 할머니가 그리는 식이었는데 그 후로 한글을 떼셨다. 이번에 ‘님아’ 타이틀도 할머니가 붓으로 직접 써주셨다. 덕분에 시리즈의 의미를 살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강계열 할머니의 근황도 전했다. 진 감독은 “할머니가 올해 96세가 되셨다. 처음 두 분을 만났을 때 할아버지는 98세였고 할머니는 89세셨다. 할아버지 가시고 벌써 할머니가 96세가 되셨다”며 “할머니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에 나온 집에 쭉 사시다가 영화가 나온 후에는 여러 걱정거리가 있어서 지금은 횡성 읍내에 따님과 함께 사신다. 환경적으로 훨씬 편안해졌다. 근처 노인대학도 코로나19 전에는 자주 다니셨고 노래 교실도 다니셨다”고 말했다.


‘님아’에 등장하는 주인공 또한 강계열, 조병만 부부의 사랑에서 보고 느낀 대로 기준을 세웠다고. 특히 한국 에피소드에는 조영삼, 정생자 부부가 등장, 특별하지 않지만 익숙하고 정겨운 한국적인 정취를 가득 담은 이야기로 따스한 감동을 자아냈다. 진 감독은 두 주인공을 찾는데 오랜 시간이 들었고 힘든 과정을 거쳤다고 고백했다.

그는 “두 분이 오랜 시간 살았어야 했고, 사이가 좋아야 하는데 그 좁은 문을 통과할 커플을 찾는 작업에 서너달 걸렸다. 고통스러웠다. 많은 지역을 돌아다녔고 우리에게 집요하게 같이 하자고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었다. 고전을 면치 못했다”면서 “완도에 아는 분께 추천 받아 긴가민가하는 마음으로 2018년 10월 두 분을 찾아갔다.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이 이 분들을 촬영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집, 그 분들이 사는 자연, 두 분의 생동감이 참 따뜻하고 밝더라. 좋은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분들인 것 같아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영삼, 정생자 부부는 한국 어느 농어촌에서나 만날 수 있는 분들이다. 특별한 것 같진 않지만 한국적인 특성이 드러나는 부분이 많이 있다. 온 가족이 모여서 잔치처럼 김장하는 모습, 한국적인 풍경, 동식물이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우리 작품 메인 포스터에도 두 분이 가장 예쁜 한복을 입고 서 있는 모습을 담았다”고 덧붙였다.

진 감독이 지켜본 여섯 노부부의 공통점과 차이점도 언급됐다. 먼저 차이점에 대해서는 “동서양의 분위기가 달랐던 것 같다. 한국이나 일본은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조금 더 조심하거나 쑥스러워하는 반면 미국, 브라질, 스페인은 굉장히 적극적이고 자연스럽더라. 특히 미국 편은 베드신이 많다. 침대에서 같이 잠드는 모습도 많고 농담도 자연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표현을 잘 하고 사는 문화기 때문이다. 가장 쑥스러워하는 부부는 일본이었고 그 중간 지점에 인도가 있었다”고 말했다.

공통점은 가부정적이지 않은 것, 커뮤니케이션에 열린 자세와 서로 존중하는 태도였다. 진 감독은 “권위를 발휘하지 않는 부드러운 남성성이 커플들의 공통점이었다. 일반화하는 것이 다소 위험할 수 있지만 그래도 우리 시리즈 속 여섯 주인공은 그런 부분이 비슷했다. 서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모습, 존중하는 태도가 잘 갖춰진 사람들이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들이 갖춰진 사람들인지 오랫동안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성취해낸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완성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기에 좋은 사람들끼리 만났다기보다는 이런 사람이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구나 생각했다. ‘나는 스스로 준비된 사람인가’ ‘수행자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가’ 그런 생각에 이르게 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코로나19 이전에 촬영을 마치고 지난해 후반 작업을 거쳐 올해 시리즈를 선보이게 된 진모영 감독. 그는 “코로나19 시기에 내놓게 됐는데 우리 시리즈가 가족들,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배려할 것인가에 대한 좋은 지침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화적으로는 상당히 편안한 콘텐츠라 지치거나 힘든 시기에 좋은 휴식이 됐으면 한다. 편안하게 즐겨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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