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부산 사직구장을 찾은 롯데 팬들이 임수혁을 그리는 플래카드를 펼쳐 보이고 있다. 그와 함께했던 이들은 한국프로야구 발전에 크게 기여한 그가 잊혀지는 걸 아쉬워했다.
조 코치는 당시 임수혁의 룸메이트였다. 7살 선배 임수혁은 조 코치를 늘 “꼬맹이”라고 불렀다. 조 코치는 “세대차이가 느껴져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차였지만, 격의 없는 선배였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롯데를 ‘분위기의 팀’이라고 하는데, 그 분위기를 좋게 만들기 위해 제일 힘쓴 선배가 내 기억엔 수혁이 형”이라고 회상했다. 조 코치는 2009년과 2010년 두 차례 안면부에 투구를 맞아 구급차에 실려 갔다. 당시 의료진은 “초기 대응이 잘돼 그나마 다행”이라고 설명했다. 조 코치는 자신을 끔찍이 아껴주던 선배가 후배를 지켜줬다고 생각한다.
故임수혁을 기억하는 이들은 입을 모아 "그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추억했다. 박계원 부산고 감독, 이상훈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주형광 양정초 감독, 조성환 한화 이글스 코치(왼쪽부터)도 그렇게 고인을 추억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주형광 양정초 감독은 비극이 있기 하루 전 임수혁과 강성우(전 KT 위즈 배터리코치), 두 포수와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 주 감독은 “1994년 시즌 후 하와이 윈터리그에서 두 달 반 동안 동고동락했다. 연차가 부담스러울 수 있었지만 워낙 시원시원한 스타일이라 편하게 대했다. 이것저것 재지 않는 화끈한 선수라 마운드에서 호흡을 맞출 때도 든든했다”고 회상했다. 고인이 가장 아끼는 후배로 첫손에 꼽히는 이상훈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수혁이 형을 싫어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고려대 동기동창인 박계원 부산고 감독은 “유머감각이 뛰어나고 주위에 늘 친구가 많았다. 당시 1학년은 4학년 옆에 가기도 힘든 분위기였는데, 늘 말을 먼저 건네며 후배들을 웃게 만들었던 친구”로 고인을 떠올렸다.
취재를 위해 고인과 인연이 있는 이들에게 연락을 취했을 때, 모두가 입을 모아 안타까움을 전했다. 세월이 흐르며 모두의 기억 속에서 고인이 잊히는 걸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조 코치는 “롯데 팬들은 여전히 수혁이 형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대호, (손)아섭이 등 고참 선수들도 자선행사 등을 함께 진행했기 때문에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1년에 하루, 기일이라도 많은 분들이 수혁이 형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래서 주형광 감독의 말은 그래서 큰 의미를 지닌다.
“나를 비롯해 지금 야구를 하고 있는 모든 후배들은 수혁이 형에게 빚을 지고 있다. 당연한 일을 안 하던 시기였는데 비극 이후 모두가 심각성을 깨달았다. 지금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는 여건이다. 하지만 당연한 것들이 당연해지게 만들어준 이는 정작 잊히고 있다. 4월 18일이 다가올 때만이라도 수혁이 형의 이름 석 자를 기억한다면, 그 마음이 선배에게 전해질 것이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