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우리카드가 만든 머니 볼의 성공

입력 2021-04-18 11: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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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카드가 2020~2021시즌 V리그에서 만들어간 ‘머니 볼’ 스토리가 끝났다. 비록 챔피언결정전에서 먼저 2승을 따내며 97%의 높은 우승확률을 기록했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에 화룡점정을 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지난 시즌 첫 번째 정규리그 1위를 하고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시즌이 조기 중단됐던 아쉬움은 1년 만에 깨끗하게 씻어냈다. 당시 멤버 가운데 주전 세터와 외국인선수, 레프트를 교체하고 주전센터 1명을 내보내는 용감한 선택을 한 뒤에 거둔 자랑스러운 성과다.

시즌 출발은 좋지 못했다. 새로운 야전 사령관인 세터 하승우가 자리를 잡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설상가상 지난 시즌 정규리그 MVP 나경복을 라이트로 돌리고 새로 선택한 외국인선수 알렉스가 레프트에서 뛰기로 했던 기본구상에서 엇박자가 났다. 2라운드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 나경복이 부상을 당했을 때가 가장 위기였다. 당시 성적은 3승6패였다. 이때 구단 고위층에서는 내심 시즌을 포기할 생각마저 했다.

한 때 외국인선수 교체 검토까지 했지만 구단은 “이대로 시즌 끝까지 간다. 성적이 나지 않아도 좋다”면서 계약만료의 신영철 감독에게 힘을 실어줬다. 현역 V리그 감독 가운데 가장 진취적인 생각을 가졌고 상황판단이 빠른 신 감독은 위기상황에서 해결책을 찾아냈다. 알렉스와 나경복의 포지션을 바꾸고 하승우를 주전세터로 고정했다. 그 선택은 성공했다. 이후 우리카드는 초반의 부진을 딛고 성적이 치솟았다. 무엇보다 감독과 3년째 함께 하는 선수들과의 호흡이 좋았다. 선수들은 감독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았다. 경기를 할수록 선수들의 기량이 늘고 조직력이 탄탄해지는 것이 보였다.

7개 구단 가운데 가장 인원수는 적지만 각자 맡을 역할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코칭스태프와 사무국이 일사분란하게 감독을 중심으로 호흡을 맞췄다. 우리카드의 코칭스태프 9명은 한국전력과 함께 최소인원이다. 프런트도 4명으로 최소지만 매끄럽게 시즌을 꾸려나가면서 선수단을 지원했다. 높은 가성비는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우리카드는 25억원도 되지 않는 선수단 총 연봉으로 최고의 효율을 냈다. 몇몇 구단 특급 선수들의 연봉이 10억원을 훌쩍 넘어가는 상황에서 우리카드의 성공은 돈보다 더 효과적인 좋은 팀 구성 방법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머니 볼의 관점에서 앞으로 V리그에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5라운드 초입 알렉스가 개인감정을 노출시켰던 해프닝도 슬기롭게 넘겼다. 그 사건 이후 알렉스는 새로운 선수가 됐다. 신영철 감독은 그를 품에 안았다. 최고의 기량을 끌어낼 수 있도록 기를 더 살려줬다. 6라운드 치열한 정규리그 1위 경쟁에서 대한항공을 따라잡지 못했지만 우리카드는 베스트멤버 8명으로 조직력을 다져가며 봄 배구를 대비했고 OK금융그룹과의 플레이오프를 쉽게 통과했다. 비록 챔피언결정전에서 먼저 2승을 따내고도 마지막에 웃지 못했지만 이번 시즌 ‘봄 배구’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우리카드였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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