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 3명 등판보다 더 큰 문제…롯데 엔트리 기근과 풍요의 불균형

입력 2021-04-19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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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17일 사직 삼성전 7회초부터 추재현, 배성근, 오윤석(왼쪽부터) 등 야수들을 연속으로 마운드에 올려 경기를 마무리했다. 큰 점수차로 뒤진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카드지만, 롯데가 엔트리를 투수 12명만으로 꾸린 상황까지 고려하면 여러모로 뒷맛이 개운치 않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KBO리그 40년 역사상 최초의 사건. 계산에 없이 일찌감치 무너진 선발투수가 1차적 원인을 제공했다. 하지만 선발투수 조기강판이라는 변수는 1년에 몇 차례씩 있다. 그럴 때마다 야수 3명이 마운드로 향하진 않는다. 기저에는 롯데 자이언츠 1군 엔트리의 불균형이 있다.

유망주 야수들이 책임진 2.2이닝

롯데는 17일 사직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0-12로 패했다. KBO리그 신기록의 연속이었다. 롯데 선발 앤더슨 프랑코는 0.2이닝 6안타 3볼넷 8실점(4자책)으로 와르르 무너졌다. 한 이닝도 채우지 못했는데 61구를 던지며 한 이닝 최다 투구 신기록 불명예를 썼다. 그 사이 김지찬은 1회에만 멀티히트-3도루를 기록했다. 이 역시 KBO리그 신기록이다.

끝이 아니었다. 롯데 벤치는 7회초부터 마운드에 야수들을 올렸다. 추재현~배성근(이상 1이닝)~오윤석(0.2이닝)이 마운드를 나눠 지켰다. 추재현과 배성근은 불펜서 연습투구를 한 뒤 등판했지만 오윤석은 1루 수비를 소화하던 도중 등판 지시를 받았다. 마운드 위에서 팔을 빙빙 돌리며 급히 몸을 풀려는 모습이 거듭 노출됐다. 부상을 우려할 수밖에 없었다.

끝장대결이 펼쳐졌던 메이저리그(ML)에선 야수 세 명 등판이 종종 있었다. 일반적으론 유망주보다 베테랑 야수를 마운드에 올리는 편이다. 정규이닝에서 2.2이닝을, 젊은 야수들이 나눠 맡은 경우는 흔치 않다. 롯데의 17일 엔트리엔 투수 12명이 있었다. 선발 5명을 제외하면 김건국, 박진형, 오현택, 김대우, 구승민, 최준용, 김원중 등 7명이 1군에 있다. 이 중 앞의 세 명은 이날 마운드에 올랐으며, 뒤의 4명은 필승조로 분류된다. 이미 넘어간 게임에 필승조를 투입시키지 않겠다는 의지가 야수 3인 등판으로 이어졌다.

마운드 기근 속 1군 투수 최저·외야수 최다

투수 12명은 야수 3인 등판 이후에도 유지됐다. 18일 삼성전에 앞서 투수 김건국과 포수 지시완이 말소되고 투수 서준원과 외야수 강로한이 콜업됐다. 투수 12명으로 운영 중인 팀은 롯데가 유일하다. LG 트윈스 등 6개 팀은 13명, NC 다이노스를 비롯한 3개 팀은 14명을 등록했다. 그렇다고 롯데 마운드가 기록적인 측면에서 타 팀에 앞선 것도 아니다.

기용 우선순위에서 밀린 선수를 1군에 두며 3인 포수진을 유지해왔지만 2인 포수로 체제를 전환한 뒤에도 태부족한 마운드를 보충하지 않았다. KBO 등록 기준 롯데 1군에 외야수는 5명뿐이지만 내야수로 분류된 전준우는 주전 좌익수다. 지명타자 자리를 이대호에게 주로 할애하고 있으니 순수 외야수만 6명이 있는 셈이다.

외야수 6~7명을 1군에 올려둔 팀도 있지만, 이 경우 지명타자(SSG 랜더스 추신수, 삼성 김동엽, KT 위즈 조일로 알몬테, KIA 타이거즈 최형우)가 포함돼있다. 그렇다고 신용수, 강로한 등을 적극적으로 기용하는 것도 아니다. 절대적 존재감을 자랑하는 전준우, 손아섭 등의 경기 중 교체도 드물기 때문에 사실상 중견수 한 자리 혹은 대타, 대주자를 위해 4명의 외야수가 대기하는 셈이다. 그 사이 투수진은 과부하에 걸리고 있다. 제2, 제3의 야수 3인 등판이 없으리란 법도 없다.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라는 이상보다 현실적인 실리를 택하며 야수 3명을 마운드에 올렸다. 이 결과 자체보다는, 이 현상이 벌어질 수밖에 없던 원인에 더 큰 문제가 숨어있다. 롯데의 엔트리는 기근과 풍요 사이, 어느 쪽과도 가깝지 못하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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