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레이더] 드러난 박상하 학교폭력의 진실과 검증의 필요성

입력 2021-04-20 15: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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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V리그를 뒤흔들었던 학교폭력 스캔들의 이면이 하나 둘 드러나고 있다.



지난 2월 22일 ‘14시간 동안 감금 폭행에 가담했다’는 폭로에 유니폼을 벗었던 박상하에게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삼성화재 소속이었던 박상하는 “학창시절 후배를 때리는 등 어리석은 행동은 했지만 감금 폭행은 범죄행위다. 그런 일은 하지 않았다”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기 위해 은퇴를 선언했던 박상하는 이후 학창시절 피해를 입었던 후배, 동료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진심어린 사과를 했고 용서도 받아냈다.

박상하는 법적대응도 했다. 감금 폭행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폭로자의 형사상 책임을 묻는 고발을 했다. 형사고발이 이뤄지면 고발인과 피고발인은 경찰의 조사를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폭로자가 먼저 변호사 측에게 연락을 해왔다. 변호사 측은 “지금이라도 진실을 털어놓으면 선처해줄 수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폭로자는 지난 12일 직접 변호사를 찾아와 ‘자신의 폭로는 사실이 아니다’는 내용의 자백을 했다.

박상하의 법률대행을 맡은 법률사무소 대환 측은 “학교폭력 폭로자가 중학시절부터 박상하와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이고 본인이 중학시절에 당했던 학교폭력 피해를 이슈화하기 위해 중학교 동창이자 유명인 박상하의 이름을 언급한 것일 뿐 박상하에게서 어떤 폭력도 당한 적이 없다는 것을 밝혔다”고 20일 보도자료를 냈다. 폭로자는 이 사실을 서면으로 확인했고 박상하에게 진심어린 사과의 말도 육성으로 녹음했다. 결국 박상하는 다른 것은 몰라도 감금 폭행과 관련해서는 누명이 벗겨졌지만 이것으로 상황은 정리되지 않는다.



박상하는 20일 스포츠동아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지금도 고민 중이다. 내가 범죄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진실이 드러난 것은 다행이지만 지금 나는 25년간 해온 배구를 잃었다. 내 인생이 없어져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그 폭로자를 용서해야 하는지 아니면 끝까지 가야하는지 고민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일단 명예를 회복할 길은 열었지만 그렇다고 과거로 쉽게 돌아갈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학교폭력의 낙인이 이미 찍힌 상황에서 배구계 어디에서도 선뜻 다시 손을 내밀기는 쉽지 않다. 학교폭력을 향한 대중들의 분노는 여전한 가운데 박상하가 다시 배구를 하겠다고 말하기도 쉽지 않다. 시간이 필요하고 대중의 납득과정이 있어야 한다.



현재 상황에서 또 다른 박상하가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배구계도 생각해볼 대목이다. 분명 학교폭력은 잘못된 행동이고 언젠가는 대가를 치러야하지만 그 행위가 선수생명을 완전히 끝낼 정도로 나쁜 일인지 제대로 여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현재는 진실여부조차 알 수 없는 가운데 누군가 폭로를 하면 가해 당사자로 지목된 선수는 배구를 계속하기 힘든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다른 종목은 학교폭력 폭로가 나오면 당사자들을 불러 양쪽의 얘기를 먼저 들어보고 제대로 된 조사가 어렵다면 사법기관에 최종판단을 미룬 가운데 최소한 선수에게는 직업인 선수생활은 계속 할 수 있도록 한다. 배구는 어느 누구도 폭로의 진실 여부를 확인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 바람에 대한배구협회는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도 당했다.

대한배구협회와 한국배구연맹, 배구계의 어른들은 구단과 선수들에게 책임을 미룬 채 눈치만 보고 있다. 여론이 바뀌기만 바라지만 그렇게 해서는 해결방법이 절대로 나올 수 없다. 이제라도 협회와 연맹, 법률가와 객관성을 가진 전문인들로 구성된 조직을 만들어 학교폭력 폭로를 검증하는 제대로 된 절차를 밟아야 한다. 앞으로 또 새로운 누군가를 대상으로 폭로가 없으리라는 법도 없다. 입을 다물고 미루기만 할 때가 아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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