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MVP] 투수는 구속이 전부 아냐…‘ERA 1.64’ LG 정찬헌은 그 증거다

입력 2021-04-27 21: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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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 경기가 열렸다. 선발 투수로 등판한 LG 정찬헌이 역투하고 있다.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빠른 구속은 투수들의 로망이다. ‘멋’을 떠나 타자와 승부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속이 전부는 아니다. 정찬헌(31·LG 트윈스)이 간단한 명제의 증거다. 여전히 구속과 싸움에 얽매인 젊은 투수들에겐 좋은 교보재일 수 있다.

LG는 27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4-0으로 승리했다. 0-0으로 맞선 3회말 오지환과 로베르토 라모스의 솔로포로 앞서나갔고, 5회말 홍창기와 김현수가 타점을 더했다. 1~4번 상위타선이 타점 한 개씩을 신고했다. 타선의 슬럼프로 고심한 류지현 감독의 근심을 덜었다.

마운드는 선발투수 정찬헌이 빛났다. 6이닝 3안타 2볼넷 5삼진 무실점으로 직전 경기의 부진(5이닝 4실점)을 씻고 시즌 2승(1패)째를 신고했다. 시즌 평균자책점(ERA)은 종전 2.25에서 1.64까지 떨어뜨렸다. 규정이닝을 채운 토종 투수 가운데 정찬헌보다 ERA가 낮은 이는 최원준(두산 베어스·1.21)과 원태인(삼성 라이온즈·1.50)뿐이다.

위기는 있었다. 2회초 2아웃을 깔끔하게 잡았으나 김준태에게 우중간 2루타를 맞은 뒤 급격히 흔들렸다. 추재현과 한동희에게 연속 볼넷. 2사 후 하위타선에게 만루를 내줬으니 치명적이었다. 하지만 딕슨 마차도를 뜬공으로 잡아 급한 불을 껐다.

이후에는 완벽에 가까웠다. 3회초 손아섭에게 내야안타를 내줬고, 4회초 정훈에게 2루타를 맞았지만 실점은 없었다. 특히 4회초 무사 2루에서 김준태와 추재현을 연속 삼진으로 솎아내는 장면은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김준태 상대로 볼카운트 2B-2S에서 투심 패스트볼(139㎞)로 헛스윙을 유도했으며, 추재현에게는 볼카운트 2S를 선점한 뒤 속구(139㎞)를 꽂아 넣어 3구 삼진 처리했다. 5회와 6회는 삼자범퇴.

이날 정찬헌의 패스트볼 계통 최고구속은 142㎞으로 대부분은 130㎞대 중후반에 형성됐다. 하지만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에 정확히 꽂혔고 슬라이더(24개), 커브(20개), 포크볼(16개)과 섞어 던지니 위력이 배가됐다. 130㎞대 구속이 이보다 빠르게 느껴지도록 만든 피치 디자인의 결과다.

임찬규(29)가 2군에서 몸을 만드는 상황에서 류 감독은 김윤식(21), 이민호(20), 이상영(21) 등에게 두루 선발기회를 줄 생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영건들의 이름 앞에는 언제나 정찬헌이 있다. 구속으로 줄을 세우면 가장 뒤에 있을 정찬헌이지만 퍼포먼스는 첫손에 꼽힌다. 정찬헌의 호투는 경쟁자이자 동반자인 팀 내 후배들에게 자극이 되고 있다.
잠실|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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