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 MVP] 선발 ERA 1.69…롯데 ‘투수 나균안’ 야구인생 2막, 힘차게 시작됐다

입력 2021-06-01 21: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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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 선발투수 나균안이 6회까지 무실점을 기록한 뒤 이닝 종료 후 주먹을 쥐며 환호하고 있다. 고척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타자를 압도하는 강력한 구위도, 스트라이크존 구석을 오가는 핀 포인트 제구력도 아직은 갖추지 못했다. 하지만 기어코 버텨낸다. 어찌 보면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만큼은 확실히 갖춘 것이다. 퓨처스(2군)리그에서도 못해본 기록을 1군에서 써내니 ‘1군 체질’이다. 나균안(23·롯데 자이언츠)이 감격의 데뷔 첫 승을 신고했다.

롯데는 1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3-0으로 이겨 최근 6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1회초 추재현, 3회초 지시완의 솔로포에 이어 7회초 딕슨 마차도의 적시타로 승세를 이어갔다.

가장 빛난 이는 선발투수 나균안이었다. 6.2이닝(95구) 3안타 3볼넷 4삼진 무실점 역투로 1군 선발등판 3차례 만에 첫 승(무패)을 올렸다.

경기 초반은 위기의 연속이었다. 나균안은 볼넷과 내야안타로 1회말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정후를 뜬공, 박동원을 유격수 병살타로 처리하며 불을 껐다. 2회말에도 1사 1·2루 위기를 맞았지만 인필드플라이와 삼진으로 무실점. 3회말에는 1사 후 김혜성에게 좌전안타를 내줬으나 포수 지시완이 도루를 저지해줬다. 나균안은 이때부터 7회말 1사 후 송우현에게 볼넷을 내주기 전까지 11연속타자 범타 처리로 안정감을 뽐냈다. 7회말 2사 1루서 마운드를 내려갔고, 3루 관중석의 롯데 팬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뒤이어 올라온 서준원이 박병호를 삼진으로 처리하며 나균안의 무자책점을 지켜냈다.

나균안은 포수로 2017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당시 이름은 나종덕. 데뷔 2년차 시즌을 앞두고 터줏대감 강민호(삼성 라이온즈)가 프리에이전트(FA)로 이적하면서 주전의 무거운 짐이 갑자기 더해졌다. 타격과 수비 모두에서 아쉬움을 드러내며 비판의 중심에 섰다.

2020시즌 스프링캠프 도중 부상을 당한 나균안은 구단의 제안으로 투·포수 겸업에 나섰다. 처음에는 어디까지나 분위기 전환 차원이었으나, 투수 자질이 충분해 본격적으로 선발수업을 받았다. 그 사이 개명도 하며 의지를 다졌다. 올 시즌 1군에 콜업돼 초기에는 불펜으로 등판했으나 래리 서튼 감독 부임 이후 선발 기회를 얻고 있다. 선발로 나선 3경기에서 16이닝 동안 3실점으로 선전하고 있다. 평균자책점은 불과 1.69다.

이날 키움전은 2군에서도 못해본 ‘인생투’였다. 지난해부터 2년간 2군에서 18차례 선발등판해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는 3차례에 그쳤다. 최다이닝은 6이닝이었고, 최다투구수는 1군 89개·2군 84개였다. 이날이 전향 후 최고의 투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포수 나종덕’의 야구는 아픔과 상처로 마침표가 찍혔다. 하지만 이제 23세. 올해 입단한 대졸 신인들과 같은 나이니 결코 늦지 않았다. 포수 시절 시련 속에서 단단해진 멘탈은 지금 가장 큰 자산이다. ‘투수 나균안’의 야구가 마침내 힘찬 시동을 걸었다.

고척|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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