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세 넘어 면세? NC 양의지, 역대급 완성형 타자…목표는 ‘양신·종범신·자신’

입력 2021-06-02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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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양의지. 스포츠동아DB

삼진은 거포의 세금으로 불린다. 홈런을 만들어내기 위한 강한 스윙은 헛스윙, 그리고 삼진을 동반한다. 수십 년간 이어져온 진리에 가까운 명제다. 양의지(34·NC 다이노스)는 여기에 도전장을 냈다. ‘절세’를 넘어선 ‘면세’의 수준. 더 높은 목표 지점에는 전설들만 남았다.

삼진은 거포의 세금? 양의지에게 타석은 면세점

양의지는 1일까지 46경기에 출장해 타율 0.342(6위), 11홈런(공동 4위), 44타점(2위), OPS(출루율+장타율) 1.108(1위)을 기록했다. 대부분의 타격지표 최상단에는 그의 이름이 있다. 팔꿈치가 좋지 않아 송구에 무리가 있어 포수보다 지명타자 출장이 더 많은데, 오히려 이게 ‘타자 양의지’의 위력을 강하게 만들었다.

눈여겨볼 지점은 삼진율이다. 양의지는 올 시즌 185타석에서 18삼진에 그치며 삼진율 9.7%를 기록 중이다. 특히 4월 28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부터 5월 28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 마지막 타석까지는 한 달, 21경기, 84타석 연속 무삼진 기록을 세웠다. 한 달 동안 꾸준히 경기에 나서면서 삼진을 안 당하는 일은 어지간한 콘택트 히터에게도 힘든 일이다. 양의지는 홈런을 뻥뻥 때려내면서 면세 혜택까지 챙긴 것이다. 두산 베어스 시절이던 2018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한 자릿수 삼진율을 충분히 노려볼 만하다.

숱한 KBO리그 최초의 기록을 세웠지만, 목표는 확실하다. 지난해까지 39년간 단일시즌 30홈런을 넘긴 사례는 총 112번이다. 이 중 삼진율 10% 이하는 3명뿐이다. 1997년 이종범(해태 타이거즈), 2003년 양준혁(삼성), 2020년 양의지가 주인공이다. 이종범은 125경기에서 30홈런을 때려내면서 삼진율 8.5%에 그쳤다. 30홈런 타자 중 최저 기록이다. 2003년 양준혁은 133경기, 지난해 양의지는 130경기에서 33홈런·삼진율 8.9%를 기록했다. ‘종범신’과 ‘양신’, 그리고 ‘자기 자신’만이 세웠던 목표에 다시 도전장을 낸 것이다.

양의지의 말이 거짓이라면 반가울 NC

올해는 볼넷 비율도 늘어났다. 리그 최고의 교타자급 정교함을 갖춘 양의지는 애초 삼진을 덜 당하는 유형이다. 그 대신 볼넷도 그만큼 적었다. 하지만 올해는 볼넷 비율 14.6%를 기록 중이다. 한 자릿수 삼진율·볼넷율 15% 이상·30홈런은 1997년 이종범이 유일한다. 양의지도 충분히 도전할 만한 목표다.

양의지는 올 시즌을 앞두고 “지난해 성적을 보면 스스로도 뿌듯하다”면서도 “그게 최대치인 것 같다. 올해는 떨어질 일만 남은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아직 남은 일정이 많지만, 지금까지만 놓고 보면 겸손, 또는 선의의 거짓말 같은 분위기다. 시즌 전 겸손한 예상을 내걸었던 양의지가 거짓말쟁이로 바뀌면 바뀔수록 NC의 V2 확률은 더 높아질 것이다. 양의지는 ‘신계’에 다시 도전장을 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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