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이 두렵던 롯데 포수→투수로 함박웃음…등 뒤가 더 이상 허전하지 않다

입력 2021-06-02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 선발투수 나균안이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고척|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2018년, 롯데 자이언츠 주전 포수였던 나종덕은 “야구장에 출근하는 게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갑작스레 찾아온 주전 포수의 무게감은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그토록 좋아하던 야구가 무섭게 느껴졌고, 가진 기량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며 상처만 쌓였다.

3년 뒤, 롯데 선발투수 나균안은 마운드 위에서 함박웃음을 지었다. 돌고 돌아 마운드. 오래 걸리지 않아 데뷔 첫 승까지 챙겼다. 포수 시절 쌓은 경험과 멘탈은 어느 베테랑과 견줘도 밀리지 않는다. 나균안의 믿을 구석이다.

나균안은 1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 선발등판해 6.2이닝 3안타 3볼넷 4삼진 무실점으로 개인 통산 첫 승을 신고했다. 퓨처스(2군)리그에서도 해내지 못한 6이닝 초과 등판. 95구 역시 개인 최다였다. 1군에서 선발로 나선 3경기 평균자책점은 1.69에 불과하다. 포심, 투심 패스트볼에 포크,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며 팔색조 매력을 뽐냈다.

롯데 투수가 6이닝을 초과해 마운드에 오른 것은 올 시즌 최초였다. 마지막 기록은 지난해 최종전이었던 10월 30일 사직 KIA 타이거즈전의 아드리안 샘슨. 올해 댄 스트레일리, 앤더슨 프랑코는 물론 박세웅, 노경은 등 선배들도 해내지 못한 일을 나균안이 해냈다. ‘캡틴’ 전준우를 비롯한 롯데 동료들이 “정말 멋지다. 네가 1선발 같다”고 칭찬한 것도 과하지 않은 투구였다.

나균안은 포수로 2017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개명 전 이름은 나종덕이었다. 마산용마고 시절 초고교급 포수로 관심을 모았으나, 데뷔 2년차 시즌을 앞두고 터줏대감 강민호(삼성 라이온즈)가 프리에이전트(FA)로 이적하면서 주전의 무거운 짐이 갑자기 얹어졌다. 꼬인 실타래를 좀처럼 풀지 못했고 공격과 수비 모두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나균안은 “야구장에 출근하는 게 무서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절치부심해도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팀 성적 저하로 인한 비판이 나균안이라는 과녁으로 향했다.

롯데 나균안이 1일 고척 키움전에서 데뷔 첫 승을 신고한 뒤 기념구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고척|최익래 기자



분위기 전환 차원에서 시작한 투수 전향은 신의 한 수였다. 포지션도, 이름도 바꾸며 부활이 시작됐다. 나균안은 “남들보다 처지기 때문에 그만큼 더 노력했다. 코치님들이 많이 주셨다. 덕분에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개명 효과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만큼 열심히 했다”고 설명했다.

나균안은 “포수 시절의 경험이 멘탈에 영향을 끼치냐”는 질문에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 아니, 제일 큰 부분인 것 같다”고 밝혔다. 이제는 “내 할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오늘 안 좋았던 걸 공부해 다음 경기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한다. 그게 준비인 것 같다”고 말한다. 야구가 다시 즐거워졌다.

포수 나종덕 등 뒤, 사직구장 백스톱은 유독 넓었다. 거듭된 폭투에 황량하게까지 느껴졌다. 지금 투수 나균안 등 뒤에는 7명의 야수들이 버티고 있다. 더 이상 외롭지 않다. 안방에서 그라운드 전체를 살피던 포수는 이제 반대편 18.44m 앞에 올라 자신이 앉던 자리를 응시한다. 아픔 가득했던 시간이 선물한 멘탈과 경험, 그리고 ‘팀 자이언츠’. 나균안의 버팀목이다.

고척|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