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차우찬. 스포츠동아DB

LG 차우찬. 스포츠동아DB


프리에이전트(FA) 계약 첫해였던 2017년부터 4년간, LG 트윈스에서 차우찬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한, 또 더 많은 승수를 챙긴 투수는 없었다. 99경기에서 578이닝을 소화하며 기록한 40승30패, 평균자책점(ERA) 4.62의 성적. 리그를 지배한 적은 없어도 언제나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다했다. 데뷔 후 처음 겪는 낯선 재활의 터널을 뚫고 나온 비결도 바로 이 우직함이다.

차우찬은 6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 선발등판해 5이닝 4안타 2볼넷 4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7월 24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 이후 317일만의 복귀전에서 감동의 승리까지 따냈다. 차우찬은 지난해 여름 어깨 부상으로 기약 없는 재활에 돌입했다. 그 사이 FA 권리를 행사했고, 2년 총액 20억 원에 LG 잔류를 결정했다.

삼성 라이온즈 시절부터 1군 붙박이 멤버였던 차우찬에게 재활은 터널과도 같았을 터. 류지현 LG 감독은 8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에 앞서 이에 얽힌 이야기를 전했다. 류 감독에 따르면, 차우찬은 이천에서 재활할 당시 야구공이 잔뜩 담긴 박스 4개를 쌓아두고 네트 스로잉을 했다. 누구도 시키지 않은 스케줄. 재활 프로그램과 별개로 본인의 판단이었다. 가볍게 공을 던지며 어떻게든 감각을 되찾겠다는 의지였다.

대다수의 선수들이 재활을 지옥과 같다고 표현하는 이유는 불확실 때문이다. 의학적으로는 이상이 없어도 심리적인 공포감을 떨치지 못하면 복귀 기약은 없다. 차우찬은 네트 스로잉을 시작하며 자신감을 회복했다. 어쩌면 어깨 회복보다 더 반가운 소식이었다. 다소 더디던 재활 페이스도 그 시점부터 급속도로 빠르게 진행됐다. 류 감독은 “4월 2군을 방문했을 때까지만 해도 선수가 지쳤다는 보고를 받았는데 이를 이겨냈다. 재활을 헤쳐 나가려는 의지는 박수 받을 만한 행동”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도쿄올림픽 예비엔트리에 포함됐지만 백신 접종도 미뤘다. 대다수의 선수들은 5월 3일과 24일 1·2차 접종을 마쳤는데 차우찬은 고사했다. 백신 후유증으로 인해 재활 스케줄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차우찬은 복귀전 이튿날인 7일 화이자 주사를 맞았고, 다소간의 뻐근함을 느껴 8일 특별엔트리로 1군에서 말소됐다. 류 감독은 “등판 후 이상은 없었다. 접종 후 예후가 나쁘지 않다면 이번 주말 등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50㎞에 달하는 속구는 없지만 그 자리는 더욱 단단해진 멘탈이 채운다. LG 마운드의 천군만마, 차우찬은 그렇게 강한 의지로 돌아왔다.

잠실|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