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박병호. 스포츠동아DB
박병호는 9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4타수 2안타 2홈런 5타점을 올리며 팀의 6-2 승리에 앞장섰다. 이날 전까지 12경기에서 팀 평균자책점 1위(2.88)를 기록하고도 3승9패에 머물렀던 팀 분위기를 바꾼 것이 박병호의 멀티 홈런이었다. 지난해 7월 2일 고척 두산 베어스전 이후 꼬박 11개월만의 한 경기 2홈런이기도 했다.
홈런 2개를 더하며 박병호는 개인통산 1238경기에서 315홈런을 기록하게 됐다. 이로써 박경완(은퇴·314개)을 밀어내고 KBO리그 역대 홈런 순위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주목할 점은 경기, 타석수다. 2005년 신인드래프트 1차지명으로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었던 박병호는 4시즌 반(군 복무 제외) 동안 288경기에서 25홈런에 그치며 잠재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2011시즌 중반 트레이드로 넥센(현 키움) 유니폼을 입으며 본격적으로 홈런포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트레이드 직후 후반기 51경기에서만 12홈런을 때려냈고, 2012년부터 4년 연속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2016년부터 2년간 ML 미네소타 트윈스 유니폼을 입었으니 박병호가 리그 대표 거포로 뛴 시간은 7시즌 반에 불과하다. 그러면서도 역대 10걸에 드는 홈런을 기록한 것이다.
자연히 경기당 홈런, 타석당 홈런 등 지표에선 박병호가 역대 최고다. 통산 홈런 1위 이승엽(467개)은 4.08경기당·17.7타석당 홈런 하나씩을 기록했다. 현역 1위이자 역대 2위인 최정(SSG 랜더스)도 4.80경기당·19.7타석당 1홈런이다. 이들 모두 대단하지만, 박병호만큼의 밀도는 아니다. 박병호는 3.93경기·15.4타석당 한 번씩 아치를 그렸다. KBO리그 통산 홈런 순위 30걸 중 박병호보다 적은 비율로 홈런을 만들어낸 이는 없다. 역대 가장 자주 홈런을 때려낸 이가 박병호라는 의미다.
그마저도 페이스가 떨어진 시점이라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박병호는 지난해 93경기에서 타율 0.223, 21홈런에 그쳤다. 이적 후 최악의 시즌이었다. 절치부심으로 올 시즌을 준비했지만, 42경기에서 타율 0.219, 8홈런에 머물고 있다. 일각에선 ‘에이징 커브’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홍원기 키움 감독은 “여전히 가장 먼저 야구장에 출근해 자신의 루틴을 지키고 있다. 곧 제 역할을 다해줄 선수”라며 신뢰를 거두지 않고 있다. 11개월만의 멀티포는 박병호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일 수 있다.
낯선 장기간의 슬럼프와 맞서는 무기는 익숙함이다. 수년간 해왔던 대로 자신의 루틴을 철저히 지키며 반등의 계기를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역대 10위, 현역 4위의 홈런 타자는 아직 들려줄 이야기가 더 많이 남아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