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 깊은 추억” 입대 하루 앞둔 팬에게 일어난 KT표 마법

입력 2021-06-14 08: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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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열혈팬인 엄기우씨(오른쪽)가 13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또리와 함께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엄 씨는 군 입대를 하루 앞두고 수원 홈구장을 찾아 열정적인 응원을 보냈다. KT는 엄 씨에게 밀리터리 모자와 소형준, 강백호의 사인볼을 선물했다. 사진제공 | KT 위즈

13일 수원KT위즈파크에는 남들과 다른 시간의 흐름 속에 있는 한 팬이 야구를 직접 관람하고 있었다.

어느 누구에게나 더 없이 빠르게 지나가는 일요일 오후. 이 팬의 시곗바늘은 그 중에서도 유독 빨리 돌았다. 그의 손에는 ‘입대 D-1’이라는 간절한(?) 응원 문구가 들려 있었다.

수원에 사는 엄기우(22)씨는 입대를 하루 앞두고 여자친구와의 마지막 데이트 장소를 야구장으로 선택했다. 그는 “무엇을 하며 하루를 보낼지 계속 고민하다가 여자친구와 서로가 가장 좋아하는 야구장에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직관이 어려운 올 시즌. KT 위즈의 골수팬인 엄 씨는 힘겹게 1루 측 표를 구해 입대 전 마지막 응원에 나섰다. 누구보다 간절하고 소중한 시간이었기에 그의 응원은 유독 눈에 띄었다.

이날 중계 카메라에도 그의 모습이 포착되며 야구팬들의 이목이 삽시간에 집중됐다. 창단 때부터 희로애락을 함께한 KT. 입대 전까지도 그는 진심을 다해 응원을 보냈다.

KT는 황재균과 조일로 알몬테의 시원한 홈런포 등을 앞세워 이날 상대인 한화 이글스를 6-3으로 이겼다. 5연승으로 창단 첫 50경기 후 단독 선두에 올라 엄 씨에게 행복 가득한 기억을 선물로 안겼다.

경기 내용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KT는 엄 씨의 열정적인 응원에 직접 감사함을 표했다. 구단 관계자가 직접 관중석을 찾아가 밀리터리 모자와 소형준, 강백호의 사인볼을 선물로 전달했다.

엄 씨는 “창단 때부터 팬이었는데 군 입대 전에 이런 큰 선물을 받아 더욱 뜻 깊은 추억이 될 것 같다. 올해는 작년의 아쉬움을 넘어 한국시리즈까지 갔으면 좋겠다. 나 또한 몸 건강히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KT를 계속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누구에게나 잊지 못할 인생의 한 추억이 있다. 엄 씨에게는 13일의 수원KT위즈파크가 분명 그 배경일 것이다. 팬 한명의 소중한 순간까지 잊지 않은 KT의 팬 서비스. 단독 선두 타이틀보다도 더 큰 것을 만들어낸 마법사들의 일요일이었다.

수원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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