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란다의 3연속경기 7이닝, 두산이 그토록 바랐던 희망요소

입력 2021-06-14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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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미란다. 스포츠동아DB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예상치 못한 맹활약을 펼친 선수들을 평가할 때 늘 “삼세 번”을 외친다. 최소한 3번은 꾸준한 모습을 보여줘야 변수보다 상수에 가까워진다는 의미다. 지도자들이 선수를 평가할 때 3년간의 평균치를 중시하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런 점에서 외국인투수 아리엘 미란다(32)의 최근 활약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탈삼진 1위(86개)의 성적에도 불구하고 들쑥날쑥한 제구로 인해 불안감을 드리웠던 그가 그야말로 환골탈태했기 때문이다. 이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선발투수가 7이닝을 버텨준다면 그 자체만으로 박수를 받기에 충분한데, 미란다가 최근 3차례 등판에서 매번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시즌 성적도 12경기에서 5승3패, 평균자책점(ERA) 3.02다. 어느새 2점대 ERA까지 바라보고 있다.

미란다의 성적은 6월 이전과 이후로 극명하게 갈린다. 5월까지는 44.1이닝 동안 삼진 64개를 잡아냈지만, 볼넷도 29개로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닝소화능력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5월까지 3차례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기록했으나, 평균 소화이닝은 4.2이닝으로 5이닝에도 미치지 못했다. 초반부터 제구 난조에 허덕인 탓이다. 5월 26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5승째를 따내고도 확실한 믿음을 주긴 어려웠다. 직전 등판(5월 19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4이닝 6실점(4자책점)으로 무너지는 등 5월 내내 기복이 심했다.

그러나 6월 들어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1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7이닝 3실점(111구)으로 호투하더니 6일 잠실 SSG 랜더스전(7이닝 1실점·110구)과 12일 잠실 LG 트윈스전(7.1이닝 2실점)까지 잇달아 호투를 펼쳤다. 특히 LG전에선 7.1이닝을 97구로 끊으며 효율성까지 더했다.

5월까지 이닝당 20구였던 평균 투구수도 6월 들어 14.9구로 크게 줄였다. 6월 이후 단 1승도 챙기지 못한 것이 안타깝게 여겨질 정도로 마운드에 큰 힘을 보탰다. 이승진의 난조, 김강률의 부상 등 악재가 겹친 불펜의 사정을 고려하면 미란다의 투구는 더욱 빛난다. 애초 김 감독이 미란다를 개막전 선발로 낙점하려고 했던 이유를 스스로 증명하는 결과다.

김 감독은 미란다의 최근 활약을 두고 “제구가 안정됐다. 공에 힘이 있는데, 제구까지 살아나니 본인도 안정감을 느끼고 이닝도 늘었다. 공 자체는 상당히 좋다”고 칭찬하며 “본인이 적응을 잘한 것이다. 국내 타자들을 상대하는 법을 빠르게 파악하고 대응한 결과”라고 밝혔다.

5월까지 ERA 1위(3.66)를 질주하던 두산 불펜의 힘은 6월 들어 크게 약화했다. 6월 불펜 ERA는 7.30에 달한다. 때마침 살아난 미란다가 불펜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는 점은 두산으로선 엄청난 희망요소다. “아시아야구 경험이 풍부한 만큼 국내에서도 잘할 것”이라던 김 감독의 바람에 미란다가 서서히 응답하고 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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