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 미켈슨.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살아있는 전설’ 필 미켈슨(51)이 필생의 소원인 US오픈 트로피에 다시 도전한다. 17일 밤(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토리파인스 사우스 코스(파71)에서 개막하는 제 121회째 US오픈(총상금 1250만 달러·139억7000만 원)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노린다.
지난달 PGA 챔피언십에서 사상 첫 50대 최고령 메이저 챔피언에 등극하며 새로운 역사를 썼던 미켈슨에게 이번 도전은 특별하다. 지난달 15일 미국골프협회(USGA)의 US오픈 특별 초청권을 받았을 때만해도 이번이 마지막 US오픈 출전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PGA 챔피언십에서 새 역사를 쓰며 ‘덜컥’ 우승을 차지하고, 자력으로 US오픈에 5년간 더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하며 대회에 참가하는 위상이 달라졌다.
게다가 스스로가 ‘뒷마당’이라고 표현하듯, 이번 대회가 열리는 토리파인스는 그에게 너무나 익숙한 곳. 샌디에이고에서 태어나 지금도 샌디에이고에서 살고 있는 미켈슨은 토리파인스에서 열린 PGA 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서 3번이나 우승한 경험도 있다. 마지막 우승이 2001년으로 무려 20년 전이고, 그동안 토리파인스는 코스를 재정비했지만 여전히 그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는 곳임은 분명하다.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팬들과 직접 소통하는 것을 즐기는 미켈슨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모든 소음을 차단했다. 전화기도 껐다”며 “최선을 다해 경기할 수 있도록 최고의 기회를 만들려고 노력했다”며 US오픈 첫 우승에 대한 강한 열망을 내비쳤다.
미켈슨은 이번 대회를 위해 평소 ‘주무기’인 캘러웨이 에픽 스피드 드라이버에 미니 드라이버도 추가했다. 로프트 11.5도의 헤드를 갖춘 미니 드라이버를 준비한 건 딱딱한 페어웨이에서 거리는 좀 덜 나가더라도 높은 탄도에 많은 스핀을 만들어 공을 원하는 지점에 떨어뜨리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PGA 챔피언십에서 47.9인치 롱드라이버로 재미를 봤던 미켈슨이 US오픈을 위해 준비한 ‘승부수’인 셈. 미켈슨은 “나는 그 클럽을 2번 드라이버라고 부른다”며 “페어웨이가 단단해 티샷 때 적어도 절반 혹은 그보다 더 많이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US오픈은 메이저 6승을 포함해 통산 45승을 기록 중인 미켈슨에게 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제패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마지막 남은 퍼즐. 2004·2006·2010 마스터스, 2005년과 2021년 PGA 챔피언십, 2013년 디오픈 등 메이저대회 통산 6승이 있지만 29번 출전한 US오픈과는 우승 인연을 맺지 못했다. 미켈슨이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다면 진 사라센, 벤 호건, 게리 플레이어, 잭 니클라우스, 타이거 우즈에 이어 통산 6번째 커리어 그랜드슬래머의 영예를 안게 된다. 물론 역대 최고령 메이저대회 우승 기록도 새로 쓴다. “쉽지 않다는 걸 알지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는 미켈슨의 다짐이 또 한번 열매를 맺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