쳤다 하면 신기록…키움 이정후, ‘가업’ 야구의 성공적 계승자

입력 2021-06-21 16: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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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이정후. 스포츠동아DB

이제 막 프로 5년차. 하지만 갈아 치운 기록만 나열해도 수두룩하다. 원체 대단한 아버지가 있기에 후광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여겨졌지만, 어느새 그 이름을 지워내고 있다. 이정후(23·키움 히어로즈)는 더 이상 ‘이종범(LG 트윈스 코치) 아들’이 아니다.


이정후는 20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 3번타자 중견수로 선발출장해 5타수 2안타 1홈런 1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3-0으로 앞선 5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우월 솔로홈런(시즌 2호)을 때려냈는데, 이는 이정후의 개인통산 800번째 안타였다. 597경기, 만 22세 10개월 만에 이뤄낸 성과다. 나이와 경기수 모두 최소 신기록이다. 종전 최연소는 이승엽의 23세 10개월 12일, 최소경기는 이종범의 615경기다. 한국야구 역대 최고의 선수들보다 빠른 행보다.


낯설지 않다. 이정후는 데뷔 시즌이었던 2017년부터 ‘센세이션’이었다. 고졸신인 최초 전 경기 출장·3할 타율을 달성한 것은 물론 179안타·111득점으로 이 부문 신인 최다기록을 썼다. 이듬해였던 2018년, 역시 뜨겁게 데뷔하며 각종 신인 기록을 썼던 강백호(KT 위즈)도 “안타를 너무 많이 쳐놨다”며 이정후의 최다안타 부문에는 혀를 내두른 바 있다. 3년차였던 2019년에는 최연소·최소경기 500안타를 때려낸 데 이어 올해 800안타 고지도 같은 타이틀과 함께 넘었다. 지난해에는 140경기에서 2루타 49개를 기록하며 단일시즌 최다기록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팀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도 고군분투 중이다. 키움은 18~20일 NC와 3연전 이전까지 7연속 루징시리즈를 기록하며 지독한 슬럼프에 빠져있었다. 탄탄했던 마운드이에 비해 방망이가 문제였다. 하지만 이정후는 루징시리즈 기간에도 흔들림 없이 제 역할을 해냈다. 그리고 NC와 3연전에서도 13타수 4안타 3득점으로 모처럼의 위닝시리즈에 앞장섰다. 20일 경기에서 홈런을 때려낸 직후 타석에서 상대 수비 시프트를 깨는 번트안타를 시도한 장면 자체가 이정후의 ‘팀 퍼스트’를 상징한다.


신인 때만 해도 이정후에게는 아버지와 관련된 질문이 끊이질 않았다. KBO리그 최고 타자였던 이의 아들이 프로에서 뛴다는 자체가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그 때마다 이정후는 부담이나 짜증을 느끼는 대신 담담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자신이 ‘이종범 아들’로 불리는 것보다, 이종범 코치가 ‘이정후 아빠’로 불리는 순간이 온다면 정말 뿌듯할 것이라는 말도 했다. 멀게만, 어쩌면 불가능하게만 보였던 목표가 이제 현실이 되고 있다. 야구가 가업인 집안. ‘2대’ 이정후는 성공적 계승자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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