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내는 육성 요람…이천에 가다①] 마음까지 만지는 베테랑 지도자, LG 뎁스 이렇게 탄생했다

입력 2021-06-22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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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육성을 이끌고 있는 황병일 2군 감독(오른쪽)과 황현철 운영2팀장이 이천LG챔피언스파크에서 기념촬영 중이다. 이들은 입을 모아 "더 좋은 유망주들을 찾고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진제공 | LG 트윈스

‘성적과 육성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KBO리그 10개 구단은 물론 프로스포츠 전 종목이 내거는 기치다. 이 당연한 문장을 현실로 만든 사례는 손에 꼽는다. 냉정히 말해 한 마리 토끼조차 버거운 구단이 대다수다. 그래서 LG 트윈스 퓨처스(2군) 팀이 더 주목을 받는다. 지금 1군에서 뛰는 대부분의 선수들을 육성해낸 데 이어 2군 리그까지 폭격하고 있다. 스포츠동아는 LG 육성의 요람인 이천LG 챔피언스파크를 찾아 황병일 퓨처스(2군) 감독과 황현철 운영2팀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타격 장인의 노하우, “기술보다 마음”

LG 2군은 지난해 75경기 42승24패9무(승률 0.636)로 북부리그 1위에 올랐다. 남북부 리그 합쳐 유일한 6할대 승률. 1.5군급 베테랑들이 아닌 젊은 선수들 위주의 기용으로 만들어낸 성과라 더욱 돋보였다. 올해도 21일까지 48경기서 29승16패3무(승률 0.644)로 1위다.

2군의 지상과제는 성적보다 육성이다. 이 대목에서 LG 육성팀의 저력이 드러난다. 지난해부터 1군에서 활약 중인 홍창기, 이상영, 문보경, 한석현 등은 대표적인 ‘이천 키즈’다. 바꿔 말해 2군에서 선수들이 ‘이기는 맛’을 보는 동시에 1군의 즉시 전력감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다. 타 구단에서도 “LG가 부러울 정도의 뎁스를 갖췄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황병일 LG 2군 감독은 1990년대 초반부터 원서를 번역해 타격 이론을 연구하는 등 공부하는 지도자로 꼽힌다. 하지만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마음"이라며 아들뻘 선수들과 소통을 위해 노력한다. 사진제공 | LG 트윈스


황병일 감독은 1990년 빙그레 이글스 타격코치를 시작으로 SK 와이번스, KIA 타이거즈, 두산 베어스, LG를 거치며 지도자로 30여년을 보냈다. 1990년대 초반 원서를 구해 탐독할 정도로 ‘공부하는 지도자’였고 그 결과 장종훈, 송지만, 최정, 최희섭, 김상현 등 시대를 풍미한 타자들이 지금도 은사로 꼽는다. 세월이 흘러 60대 베테랑 지도자가 됐는데 여전히 20대 초중반 선수들과 부대끼고 있다. 세대 차이를 극복한 비결은 마음부터 만지는 것이다.

대표적인 에피소드가 있다. 최근 LG 2군에는 체중 증가로 고민하는 선수가 있다. 트레이닝 파트를 통해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짜는 것이 일반적인 매뉴얼인데, 황 감독은 자신이 발굴한 이천 산책길을 함께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따로 시키지 않아도 선수는 그 코스를 꾸준히 걸으며 살을 빼고 있다. 황 감독은 “믿음, 소통 등 시대의 키워드가 있는데 결국 신뢰의 다른 표현일 뿐”이라며 “감독은 선수를, 선수는 팀을 믿어야 한다. 신뢰가 동반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훈련법으로 밸런스를 잡으려 해도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마추어 스카우트와 사령탑 경험으로 잔뼈가 굵은 황현철 LG 운영2팀장은 "팬들이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순간이 육성의 완성"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 | LG 트윈스


“와이 낫! 질문을 던져라”

현장을 황 감독이 총괄한다면 프런트를 비롯한 전반적인 분위기는 황현철 팀장이 이끌고 있다. 황 팀장은 아마추어 사령탑으로 잔뼈가 굵었고 NC 다이노스 스카우트로 나성범, 박민우, 노진혁 등 창단 멤버 수급을 진두지휘한 바 있다. 지난해까지 LG 스카우트로 재직하다 올해부터 육성팀장을 맡았다. 황 팀장은 “강릉 스프링캠프 때부터 방향성을 정확히 가져갔다. 선수들의 개인 기량을 발전시키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키워드는 ‘와이 낫’이다. 선수들이 성공 혹은 실패에 스스로 의문부호를 던지는 분위기 형성에 초점을 맞췄다. “나 자신에게 항상 질문을 해라. 그래야 답이 생긴다”는 것이 구단의 기조다.

황 팀장은 “매주 잠실에 올라가 팀장급 회의를 진행한다. 최근에는 (이)상영이나 (문)보경이가 회의를 마치고 이천으로 돌아가는 나를 발견해 달려와 안아준 적이 있다. 이럴 때 뿌듯함과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때 황 팀장이 이들에게 “더 잘하고 겸손해야 한다.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은 물론 팬들에게도 늘 인사를 잘해서 사랑받는 선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천|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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