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MVP] 다시 춤춘 체인지업…NC 이재학, 부진 터널 끝자락까지 도착했다

입력 2021-06-22 22:03: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NC 이재학. 스포츠동아DB

주무기 체인지업이 다시 타자 무릎 높이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위력이 제대로 발휘되기 위해선 포심 패스트볼의 구위가 필수인데, 최고구속 144㎞까지 찍었다. 체력이 떨어진 5회에도 140㎞대를 유지했으니 컨디션은 좋았다. 그렇게 이재학(31·NC 다이노스)이 돌아왔다.

NC는 22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5-2로 승리했다. 4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한 양의지가 3회초 선제 투런포 포함 5타수 2안타 1홈런으로 활약했고, 애런 알테어도 모처럼 손맛을 봤다.

마운드는 이재학이 빛났다. 5이닝 3안타 3볼넷 2삼진 무실점. 투구수 83개. 언뜻 화려한 기록은 아니지만 올 시즌 가장 좋은 투구였다. 네 번째 선발등판 만에 가장 적은 투구수(종전 84개·4월 18일 창원 한화 이글스전)로 가장 많은 이닝(종전 4.1이닝·6월 16일 창원 KT 위즈전)을 책임졌다. 5회를 마치고 덕아웃으로 향하는 이재학에게 동료들이 박수를 보냈다.

위기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1회 1사 후 손아섭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김태군이 도루저지로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2회에는 2사 만루 위기에 몰렸지만 지시완을 우익수 뜬공처리. 3회는 삼자범퇴로 마무리했다. 이재학은 4회와 5회도 주자 한 명씩만 내보냈을뿐 실점하지 않았다.

2회까지는 체인지업 제구가 말을 듣지 않았다. 전체 18구를 던졌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인 111개가 볼이었다. 하지만 3회부터 상대 타자의 배트를 이끌어내기 시작했다. 3회 이후 구사한 체인지업 29구 중 헛스윙, 파울, 타격 등 타자의 배트가 나온 건 14구. 절반에 육박했다. 위기를 넘기면서 자신감을 찾았다는 증거다.

창단 첫 토종 에이스. 이재학 스스로도 자부심을 느끼는 타이틀이다. 하지만 지난해 19경기에서 5승6패, 평균자책점(ERA) 6.55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이날 전까지 3경기서 승리 없이 2패, ERA 12.75로 고전이 계속됐다. 1군 등판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졌지만 마지막일지 모르는 기회에서 역할을 해냈다.

끝없이 이어지는 듯했던 부진의 터널. 조금씩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눈이 부셔도 참고 이겨낸다면 다시 포장도로가 펼쳐질 것이다. 물론 단 한 경기. 이날 등판만으로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이재학은 그 터널의 끝자락까진 도착했다.
사직|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