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동 인터뷰] “유니폼이 그리워요” 롯데 최준용, 이렇게 성숙한 스무 살이라니

입력 2021-06-23 09: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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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구 후 보강운동을 가장 열심히 하는 선수로 팀 내에서 손꼽혔다. 더 좋은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 술·담배도 입에 대지 않았다. 그런 약관의 투수에게 찾아온 어깨 부상. 원망할 법도 한데 오히려 얻은 게 많다고 한다. 최준용(20·롯데 자이언츠)은 그렇게 한 뼘 더 자랐다.



최준용은 올 시즌 14경기에서 2승1패6홀드, 평균자책점(ERA) 4.15를 기록했다. 지난해 31경기서 8홀드, ERA 4.85를 찍으며 보였던 가능성을 마음껏 펼쳐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등판일지는 5월 8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 멈춰있다. 유달리 구속이 나오지 않았고 1이닝 3안타 1실점. 그리고 이틀 뒤인 10일, 1군에서 말소됐다. 어깨 회전근개 중 하나인 견갑하근 파열. 회복까지 최소 8주가 걸릴 것이라는 진단이었다.

좌절은 일렀다. 최준용은 말소 이틀 뒤부터 재활에 돌입했다. 그래서인지 22일 퓨처스(2군) 경기장인 상동구장에서 만난 최준용은 한결 더 단단해진 몸에 밝은 표정이었다. 최준용은 “이렇게 길게 공을 안 던져본 건 야구를 시작한 이래 처음이었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아마추어 시절 길어야 4주 부상이 전부였던 최준용에게 장기 이탈은 두려움이었다. 과거 회전근 부상으로 길게 신음한 선수들의 사례를 찾아보며 무서움이 더 커졌다고. 공포 퇴치를 위해 택한 방법은 운동이었다. 견갑하근은 시간과 치료가 약이다. 상체를 쓸 수 없는 대신 하체와 코어 운동에 몰두했다. 5월 12일부터 운동에 들어갔고, 6월 중순부터는 캐치볼과 웨이트 트레이닝도 시작했다.

“정말 답답했다. 매일 1군 경기를 봤는데 6~7회쯤 두세 점 앞서고 있으면 ‘내가 나가야 하는데 왜 보고만 있을까?’라고 자책했다. 술 안 마시고 담배 안 피는데 큰 병이 와서 짜증도 났다. 이제는 달라졌다. ‘다시 돌아갔을 땐 몸 관리에 더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으로 경기를 보고 있다. 얻는 게 참 많은 시간이다. 그동안은 야구가 당연했다. 하지만 당연한 게 아니었다. 소중하고 감사한 시간이다. 선배들이 ‘유니폼 입을 때가 행복했다’고 할 때마다 딱히 공감이 안 됐다. 이제는 그 의미를 조금이나마 알겠다. 유니폼이 그립다.”



이탈 후 약 40일. 최준용은 그 사이 사직구장을 세 차례나 찾았다. 한번은 절친한 후배 김진욱(19)과 함께였다. 김진욱이 2군 선발등판하기 하루 전 함께 1군 경기를 직관했는데, 김진욱이 “아, 진짜 공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최준용은 “그게 재활 중인 형 앞에서 할 말이냐”라며 껄껄 웃었다. 재활 스트레스를 온전히 털어낸 증거와도 같은 장면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내걸었던 목표는 신인상, 그리고 구단 최다홀드 신기록(26개)이었다. 둘 모두 지웠다. 대신 확고한 새 목표가 생겼다. 최준용은 “감독님, 코칭스태프, 팬들이 돌아온 나를 보고 ‘얜 아팠는데 전보다 더 강해져서 돌아왔구나’라고 말하도록 탄탄해지고 싶다”며 “나 때문에 몸을 고생한 트레이닝 파트 선생님들과 마음고생하신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갚아드리겠다”고 다짐했다.

롯데 트레이닝 파트가 계산하는 최준용의 실전 등판 가능 시점은 7월 중순. 7월에 접어들면서 몇 차례 불펜피칭을 거친 뒤 2군에서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상동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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