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악성 댓글에 대응할 선수 인권보호센터 V리그에 생기나

입력 2021-06-23 10: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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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배구 팬의 가장 큰 관심사는 흥국생명 이재영-다영 자매의 선수등록 여부다.

2021~2022시즌 1차 선수등록 마감일인 30일을 앞두고 많은 매스컴에서 다양한 해석을 내놓는 가운데 흥국생명은 30일 오전까지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22일 한국배구연맹(KOVO) 이사회에서 흥국생명은 이와 관련한 구단의 방침을 내비쳤다. 이 자리에서 흥국생명 김여일 단장은 V리그의 핫이슈였던 자매들과 관련한 학교폭력 폭로에 대해서 구단이 파악한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이와 함께 6월30일 이들을 소속선수로 등록하고 이다영은 해외진출을 추진할 방침을 밝히며 각 구단의 양해도 구했다.

쌍둥이 자매와 3년 FA계약을 맺은 흥국생명으로서는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미등록이면 구단의 권리가 사라지는 자유계약선수가 되는 것을 감안했을 때 선수등록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다만 아직 넘어야 할 걸림돌은 많다. 자매는 이번 일을 두고 법의 판단을 요청했고 경찰에서 조사가 진행 중이다. 모두가 납득할 수준의 사실관계가 드러나고 법적으로 깔끔하게 정리되기 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때까지는 소속 선수의 권리도 보호해야 한다고 구단은 입장을 정리했다.



김여일 단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선수의 인권보호를 위한 제도보완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미리 준비해온 자료를 이사회에 배포하면서 제안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그동안 일부 극성팬의 인신공격성 악성 댓글과 허위 사실 유포 등에 무방비로 노출된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구단과 KOVO가 공동으로 나서서 법적인 대응을 하자는 것이다. 흥국생명은 “V리그의 인기가 점점 높아지고 대중과 매스컴의 관심이 커지는 상황에 발맞춰 선수들의 인권도 보호되어야 한다. 그동안은 선수와 구단이 개별적인 대응을 하다보니 한계가 있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가 봤다”면서 선수의 인권강화측면에서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흥국생명은 가칭 ‘선수인권보호 센터’를 KOVO에 설치하고 법률적인 대응은 외부의 로펌에게 맡겨 법 전문가들이 구단과 선수를 대신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흥국생명의 제안을 들은 이사들은 신중히 검토해서 추후에 논의하기로 했다.

현재 KOVO는 선수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선수인권보호위원회’를 두고 있다. 2005년 V리그 출범 때 규정을 만들었고 2020년까지 3차례 규정을 수정했다. 이 규정대로라면 선수를 향한 구타, 폭언, 성폭행, 개인의 인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행위 등은 선수고충처리센터로 신고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 규정은 선수단 내부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장치로만 사용됐다. 이제는 악성 댓글 등 외부요인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최근의 몇몇 불행한 사건을 통해 확인됐다. 대중에게 많은 것이 노출되지만 보호받지 못했던 선수들의 인권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더 보호될지 궁금하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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