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와 그룹 방탄소년단이 함께 내놓은 ‘더 BTS 세트’가 국내에서만 120만 개가 팔려나가 글로벌 파워를 입증했다. 사진제공|한국맥도날드
강력한 팬덤 업고 50개국서 불티
빌보드 정상 못지않은 홍보 효과
소통·공유 발휘한 이벤트 평가 속
포장지 고가 재판매 등 부작용도
한국맥도날드는 ‘The BTS 세트’가 국내에서 누적 판매량 120만개를 넘어섰다고 최근 밝혔다. 5월27일 출시 이후 이달 21일까지 판매량이다. 이 가운데 맥너겟의 하루 평균 판매량도 출시 전보다 250%나 늘어났다. 한국맥도날드는 “단일세트가 단기간에 100만개 넘게 팔리기는 처음이다”고 덧붙였다.빌보드 정상 못지않은 홍보 효과
소통·공유 발휘한 이벤트 평가 속
포장지 고가 재판매 등 부작용도
‘The BTS 세트’는 그룹 방탄소년단이 맥도날드와 협업, 맥너겟과 후렌치후라이, 스위트 칠리·케이준 소스 등으로 구성해 선보인 메뉴이다. 30일까지 전 세계 50개국에서 판매한다. 이는 빌보드 차트 정상 등 수치적 지표와는 또 다른 측면에서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명성을 확연히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그 힘은 역시 팬덤 ‘아미’에게서 나온다. 한국은 물론 미국, 캐나다, 인도네시아, 헝가리, 오스트리아 등 50개국 팬덤은 뜨겁게 환호했다. 글로벌 판매량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맥도날드는 상당한 실적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방탄소년단 측 역시 관련 굿즈를 선보이면서 아미의 구매욕을 자극했다. 하지만 세트 메뉴를 바라보는 팬덤의 시선은 단순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포장지까지 고가에 재판매
최근 일부 나라에서는 SNS 등 온라인에 세트 메뉴와 아미를 상징하는 보라색과 한글 제품명이 새겨진 포장지 등을 판매한다는 글이 올랐다. 가격도 치솟았다. 이에 방탄소년단의 팬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대만 타이베이 박동비 통신원은 “그동안 방탄소년단이 이름만으로도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었던 것은 동시대의 현실과 문제의식을 자유롭게 표현했고, 팬들과 연대 의식으로 소통하고 공유하길 원했기 때문이었다”면서 “세트의 포장지, 종이컵 등이 인터넷상에서 어마어마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는 현상에 방탄소년단이 주장했던 소통과 공유는 어디에 있을까란 물음을 갖게 한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또 유럽 등 적지 않은 지역의 일부 팬들은 “방탄소년단과 맥도날드의 계약은 이 밴드가 대표하는 가치와 맞지 않는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재단 알렉사 헝가리 부다페스트 통신원)고 주장했다.
“소통과 공유의 가치를”
이런 시선 속에서 ‘The BTS 세트’는 여전히 아미를 비롯한 많은 이들의 각광을 받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출시 첫날이었던 9일 자카르타의 20개 매장이 일시 영업을 중지해야 했다. 순식간에 몰려든 인파로 감염병이 더욱 확산될 것을 우려한 당국의 조치였다.
하지만 일부 지역의 팬들은 세트 메뉴 배달기사들의 점심을 위해 2000여만원의 기금을 모아 전하기도 했다. 배달기사들 덕분에 세트 메뉴를 즐길 수 있으니 이에 답례하자는 의미였다. 또 다른 팬들은 아동보호시설에 세트 메뉴를 선물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소통과 공유의 가치”를 발휘한 셈이다.
알렉사 한국국제문화교류재단 통신원의 전언은 이 같은 가치에 대한 팬덤의 또 다른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새로운 팬들을 끌어들이고 기존의 팬들에게도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방탄소년단이 실제 표방하는 가치를 보여주는 캠페인이 기획된다면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가 터질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