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여자대표팀을 바라보는 걱정 어린 시선들

입력 2021-06-28 10: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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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국제배구연맹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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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리미니에서 2021 VNL 일정을 소화한 여자대표팀이 지난 22일 귀국했다.
자가 격리 중인 선수들은 경상남도 하동에 다시 모여서 코호트 훈련을 시작한다. 7월 25일 도쿄올림픽 브라질과의 첫 경기까지 스케줄을 감안한다면 준비할 시간이 촉박하기에 대표선수들은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한 달여의 힘든 대회 기간동안 당한 크고 작은 부상, 시차 등으로 온몸이 천근만근이지만 자가 격리 기간에도 선수들은 정해진 시간에 모두가 참가하는 홈 트레이닝을 열심히 하고 있다.

시간과의 전쟁을 하는 대표팀은 가장 효율적으로 VNL에서 확인된 약점을 보완해야 한다. 냉정하게 평가해 현재 대표팀의 멤버구성과 전력은 2012런던올림픽, 2016리우올림픽 때보다 떨어진다. 하지만 팬들의 기대치는 높다. 자칫 올림픽에서의 결과가 나쁘면 그동안 쌓아올린 여자배구의 인기가 무너져내릴까봐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고생한 선수들이 비난의 화살을 받을 가능성도 크기에 “예선통과도 쉽지 않다”고 말하는 해설위원도 나왔다.

라바리니 감독이 모든 것을 통제하다보니 대표팀의 내부 속사정이 쉽게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덕분에 불필요한 오해는 막겠지만 그렇다고 모두의 생각이 일치하지는 않는다. 대표팀의 내부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은 스태프와 선수단이 감독에게 너무 휘둘리며 눈치만 본다고 지적한다. 그렇게 판단할 근거도 많다. 선수들이 VNL 때 범실을 하거나 플레이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벤치와 감독부터 먼저 쳐다보는 장면이 자주 보였다. 이 행동의 의미를 잘 알기에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이다.
사진 | 국제배구연맹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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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엔트리 12명 결정을 앞두고 선수들은 감독의 선택만을 기다리고 있다. 감독의 눈에 잘 들기 위해 노력해야겠지만 눈치만 보고 플레이에 주눅이 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감독이 경기 도중 잘못된 플레이에 황당하다거나 실망했다는 표정을 지으면 선수들은 본능적으로 안다. 이를 의식했는지 감독도 “내 눈치를 보지 말라”고 했지만 말로만 해결될 일은 아니다. 그래서 지금 대표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선수들의 자신감 회복으로 보인다.

선수들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를 종합해보면 라바리니 감독의 선수기용 방식과 선수들의 생각은 다른 듯하다. VNL 동안 감독은 7명 선발선수를 경기 직전까지 알려주지 않았다. 선수들의 긴장감을 유지하고 모든 선수들이 함께 준비하라는 뜻이겠지만 이 방식을 쉽게 이해 못하는 눈치다. 경기에 언제 어떤 방식으로 출전할지 알아야 미리 시뮬레이션도 해보고 자기만의 루틴으로 다양한 준비도 하는데 그렇지 않은 상황이 불편한 선수도 있다.

사진 | 국제배구연맹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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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플레이의 중심인 세터가 자주 바뀌다보니 공격수들도 당황스러워 한다. 공격수와 세터의 믿음이 없으면 플레이는 삐걱거린다. 나쁜 결과에 서로 미안해하면서 눈치만 보면 팀워크는 다져지지 않는다. 이전까지 한국배구의 장점이었던 탄탄한 조직력도, 신장과 체력의 열세를 커버해줄 플레이도 보이지 않는다. 가장 기본적인 받고 연결하는 부분에서 여전히 삐걱거린다. 그나마 VNL 막판에는 나아졌지만 이전 대표팀과 비교하면 갈 길은 멀다.

대한배구협회가 사상 처음 외국인감독을 선택한 것은 현재 한국배구의 자원을 충분히 활용해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미래를 위한 밑그림도 그려달라는 바람이었다. 아쉽게도 라바리니 감독의 계약은 종착점을 향해 가지만 당초의 구상대로 잘 진행된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도쿄올림픽의 결과와 그 이후를 더 걱정하고 있다면 어딘가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남은 기간 라바리니 감독이 어떤 방법으로 대표팀의 기량을 끌어올려 해피 엔딩을 만들어낼지 궁금하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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