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한국축구 시스템이 놀고 있다…KFA는 정책 이행 의지 있나?

입력 2021-08-3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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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19년 4월 8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선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대한축구협회(KFA)가 마련한 ‘국민과 함께하는 한국축구 정책 보고회’였다. 2018년부터 3차례에 걸쳐 팬 300여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정책 제안 간담회에서 나온 목소리와 향후 계획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국가대표팀 감독 권한 강화 및 선수 선발 권한 ▲대표팀 축구철학과 장기 계획 ▲여자대표팀 A매치 및 WK리그 활성화 ▲유망주 선발 및 육성 효율화 등이 발표된 이 자리에서 KFA는 “대회를 위한 시스템이 아닌 대표선수를 육성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방향도 분명했다. 골든 에이지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한 유소년 프로젝트을 통해 성장한 어린 선수들이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전 연령을 빈틈없이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15세 이하(U-15)부터 23세 이하(U-23)까지 쪼개서 관리하는 동시에 퓨처팀을 운영해 재능에 비해 성장이 더딘 선수들을 철저하게 관리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2년여가 흐른 현재의 상황은 최악에 가깝다. 멀쩡했고, 축구계 안팎에서 많은 신뢰를 얻었던 다양한 시스템이 멈춰버렸다. KFA가 정몽규 회장의 3선 임기가 시작된 올해 초 박경훈 전무를 비롯한 수뇌부를 재구성하고 조직을 개편한 시점과 맞물린다.


대표팀 운영의 핵심인 기술 파트가 이용수 부회장과 황보관 대회기술본부장 체제로 넘어간 뒤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장기적 기술 발전의 토대를 쌓는 기술발전위원회와 각급 대표팀 전력 강화 및 국가대표선수 성장의 구조를 담당하는 전력강화위원회의 역할이 애매하다는 지적이다.


KFA가 최근 조용히 바꾼 정관에 따르면 기술발전위는 ‘기술발전과 교육을 목적으로 선수 및 지도자 양성, U-17 대표팀 운영에 대한 조언 및 자문’ 역할을, 전력강화위는 ‘남녀국가대표와 U-18 이상 대표팀 운영에 대한 조언 및 자문’ 역할을 각각 맡는다. U-15부터 A대표팀까지 통합해 관리해온 전력강화위의 역할이 축소된 것이다. 기술발전위의 경우 이 부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기존의 미하엘 뮐러 전 위원장(독일)은 위원(부위원장)으로 내려간 상태다.


축구인들은 “전 연령대가 세계대회(U-17·U-20 월드컵)에 출전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내는데 갑자기 틀을 바꾸느냐”며 고개를 젓는다. 더욱이 KFA는 납득할 만한 이유도 밝히지 않았다.

아울러 KFA는 무슨 영문에서인지 연령별 대표팀 코칭스태프를 구성하지 않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와 거듭된 국제대회 취소를 이유로 대지만, 감독 공백을 우리처럼 수개월째 방치하고 있는 나라는 드물다. 그래놓고 ‘선진축구’를 지향한다고 거창하게 포장한다. KFA는 “(어린 선수들은) 전임지도자들이 잘 관리하고 있다”고 하지만, 당연히 미흡할 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이해할 수 없는 KFA의 2021년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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