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남자배구가 점점 갈라파고스 신드롬에 빠지려고 한다. 갈수록 국제대회 출전기회가 줄어들면서 자칫 우물안 개구리로 계속 머무를까봐 걱정이 앞선다. 최근 국제배구연맹(FIVB)은 2022년 세계선수권대회 출전할 24개 팀을 확정해 발표했다. 아쉽게도 대한민국 남자대표팀은 초대받지 못했다. 갈수록 국제무대에서 실력을 검증받을 기회가 줄어든다.
지난 12~19일 일본 지바에서 벌어졌던 제21회 아시아 남자배구선수권대회에 대한민국 남자대표팀을 대신해서 참가한 국군체육부대(상무)가 8위에 그치는 바람에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따내지 못했다. 아시아대륙 16개 팀이 참가한 대회에서 상무는 조 2위로 1~8위 결정전 리그에 올랐으나 이란과 파키스탄에게 패하며 4강 토너먼트 진출이 좌절됐다. 순위결정전에서도 카타르와 파키스탄에게 패해 최종 순위는 8위다. 비록 단일팀이지만 한 수 아래로 여겼던 파키스탄에게 2차례나 패했다는 것이 충격이다.
대한배구협회는 당초 젊은 V리그 선수들을 중심으로 대표팀을 꾸릴 계획이었지만 무산됐다. 일본의 코로나19 상황이 우려스러울 정도였고 백신접종을 마치지 못한 V리그 선수들이 많아 프로 팀들이 차출을 부담스러워 했다. 귀국 뒤에도 2주간의 자가 격리가 기다려 다가올 V리그 개막준비가 어렵다고 판단해 백신접종을 마친 상무를 대신 파견했다.
FIVB는 2022년 러시아에서 벌어지는 남자부 세계선수권대회 참가자격을 3개 카테고리로 나눴다. 먼저 5개 대륙에서 각각 펼쳐지는 선수권대회에서 2위 안에 드는 팀 총 10팀에게 출전자격을 줬다. 12장은 FIVB 세계랭킹 순위에 따라 배정하고 나머지 2장은 개최국 러시아와 디펜딩챔피언 폴란드에게 줬다.
AVC(아시아대륙)서는 이란과 일본이 출전권을 따냈고 CEV(유럽대륙)는 유로2021에서 우승한 이탈리아와 슬로베니아가 출전티켓을 가져갔다. CAVB(아프리카대륙)는 튀니지와 카메룬, CSV(남미대륙)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출전한다. NOCERCA(북중미대륙)는 푸에르토리코와 캐나다가 출전권을 가져갔다. 여기에 FIVB랭킹 상위 12개 팀(프랑스, 미국, 세르비아, 쿠바, 네덜란드, 독일, 멕시코, 터키, 이집트, 카타르, 불가리아, 중국)이 추가됐다. 아시아대륙에서는 4팀이 출전하는데 카타르는 세계랭킹 20위, 중국은 22위로 행운을 잡았다. 대한민국은 아시아선수권대회 전까지 21위였지만 대회 이후 34위로 추락했다. 해마다 열리는 VNL(발리볼네이션스리그)뿐 아니라 4년 주기의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에도 점점 출전기회가 멀어지며 세계배구의 흐름에 동참하지 못하는 남자배구의 미래가 암담하다.
한편 여자부도 24개 출전 팀이 확정됐다. 대한민국 여자배구팀은 출전권을 따냈다. 먼저 개최국 자격으로 네덜란드와 폴란드가 출전하며 전 대회 챔피언 세르비아도 자동 출전권이 있다. 아시아는 코로나19로 선수권대회가 취소된 가운데 아시아대륙 세계랭킹 상위 2팀 중국과 일본이 출전한다. 아프리카는 카메룬과 케냐가 확정됐고 유럽은 이탈리아와 터키다. 터키는 2021유로발리에서 3위를 하고도 2위 세르비아가 자동출전권을 받는 바람에 출전권을 얻었다. 남미는 브라질과 콜롬비아, 북중미는 도미니카공화국과 푸에르토리코가 참가한다. 이밖에 세계랭킹 상위 11개 팀(미국, 러시아, 독일, 벨기에, 대한민국, 불가리아, 캐나다, 태국, 아르헨티나, 체코, 카자흐스탄)이 출전한다. 우리 여자대표팀은 랭킹 14위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