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2022시즌 V리그가 10월16일 대장정의 막을 올린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아직은 일상복귀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남녀 14개 구단은 구슬땀을 흘리며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스포츠동아 배구담당 기자들이 시즌 준비 훈련에 여념이 없는 각 구단의 훈련장을 찾았다. 비 시즌 동안 훈련의 성과와 새로운 퍼즐 맞추기 결과, 각 팀의 장단점이 무엇인지 알아봤다.
●기대와 우려 속에서 시작하는 위대한 도전
지금 여자배구는 2020도쿄올림픽 4강 진출로 어느 때보다도 높은 인기다. 이 혜택을 누릴 페퍼저축은행의 V리그 참가는 사업적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새 식구로 가입하는 단계에서부터 경험한 홍보효과는 회사 관계자들도 인정했을 만큼 충분했다. 연고지 광주광역시의 반응도 지금 뜨겁다. AI페퍼스를 환영하는 현수막을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이번 기회에 페퍼저축은행은 연고지에서 사업을 확장하려고 한다. OK저축은행이 거뒀던 이상의 효과가 또 나온다면 앞으로 V리그에 참여하겠다는 기업은 더 많아질 것이다.
이처럼 신생팀에게 거는 기대는 크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출범과정이 급했다. “충분히 준비해서 시작하라”는 한국배구연맹(KOVO)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2021~2022시즌부터 V리그에 참가해 경험을 쌓기로 했다. 현재 대한민국 여자배구계가 보유한 인적자원의 한계와 기존 구단의 텃세가 겹쳐 신생팀의 첫 출범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창단 승인 6개월 만에 리그 첫 경기, 무에서 유를 창조하다
페퍼저축은행은 3일25일 창단을 신청하고 4월20일 KOVO 이사회에서 창단을 승인 받았다. 5월20일 첫 팀훈련이 시작됐지만 소수의 선수만이 참가했다. 제대로 팀을 꾸리지 못한 상황에서 딱 6개월 만인 10월19일 KGC인삼공사를 상대로 시즌 첫 경기를 치른다. 불가능에 가까운 준비과정이었다. 탄탄한 기초공사를 못했고 중간 중간에 빠진 부분도 많다.
남자부 제7구단인 OK금융그룹의 첫 시즌과도 비교된다. 2013년 4월9일 창단을 선언하고 26일 이사회에서 승인 받았다. 11월5일 시즌 첫 경기까지 팀은 4차례 연습경기를 했다. 개막 이후 8연패를 했고 번지점프 이벤트 이후 반전에 성공해 첫 승리를 따냈다. 2013~2014시즌 성적은 11승19패 승점34로 6위였다. 7년 전에는 기존 남자팀들이 보호선수를 8명으로 묶었고 신인선수지명권은 전체 2~9순번을 줬다. 경기대학교의 기둥선수 3명을 조기에 드래프트에 참가시킨 덕분에 기존 팀과 전력차이가 크지 않았다.
AI페퍼스는 보호선수가 9명이었고 신인지명 때도 대형 유망주가 드물었다. 게다가 대학생과 고등학생은 기량과 체력에서 차이가 난다. 김형실 감독은 “함께 준비하는 시간과 노력이 많아야 팀워크와 조직력이 생기는데 우리는 이제부터다. 선배 팀에게 많이 혼나면서 배우고 훈련하면서 경기하는 시즌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시간과의 전쟁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여러 팀에서 선수를 모은 AI페퍼스는 지금 시간과의 전쟁을 한다. 감독은 “훈련할 시간이 모자란데 이벤트가 너무 많다”고 아쉬워했다. 시즌을 앞두고 의무적으로 받아야하는 다양한 교육에 이어 KOVO와 모기업이 준비한 오리엔테이션에도 참가했다. 선수단 프로필 사진과 영상 촬영도 다른 팀보다 2배의 시간이 걸렸다. 30일 역사적인 창단식을 마치면 공식행사는 거의 끝나지만 아직 고등학교와 실업팀 소속 선수들은 전국체전에 참가해야 한다.
결국 10월14일에야 모든 선수들이 완전체로 모인다. 첫 경기까지 고작 4일간 손발을 맞춰본 뒤 시즌에 들어가야 한다. 아직 선수들끼리 호흡이 맞지 않은 가운데 지난 16일 수원 한봄고과 첫 연습경기에서 진땀을 흘렸다. 배구는 코트에서 뛰는 모든 선수들의 몸과 마음을 맞춰가며 조직력을 다지는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확인했다. 지금은 시즌 목표를 감히 말하기도 힘든 수준이다. 김형실 감독은 “시즌 5승이 목표”라고 했다. 패배에서 많은 것을 배워간다면 그 목표는 이뤄지겠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서로를 향한 믿음과 동기부여가 중요하다. 홈팬도 당분간은 칭찬과 격려를 먼저 해줘야 한다.
●어리지만 가장 프로다움을 원하는 최고령 감독
70세로 V리그 최고령 감독은 생각이 젊었다. 기존의 성공방식 대신 남들이 하지 않은 새로운 길을 선택하려고 한다. 그가 정한 선수단 운영의 기본정책은 ‘프로페셔널다움’이다. 최대한 전문직업인의 대우를 해주면서 그에 따른 책임과 노력을 요구했다. 출퇴근하는 코칭스태프는 훈련 뒤 숙소에 남아서 선수의 사생활을 간섭할 여지를 막아버렸다. 숙소생활은 전적으로 선수에게 맡겼다. 구단버스 기사도 유일하게 여성드라이버를 뽑았다. 숙소생활뿐 아니라 이동할 때도 여자선수들끼리 편하게 다니라는 배려다.
감독은 합숙소 생활도 3년으로 제한하려고 한다. 소수의 동료들밖에 보이지 않는 합숙소를 벗어나 보다 넓은 세상을 경험해봐야 뿐 아니라 배구의 고마움을 더 느끼고 진정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봤다. 대신 훈련시간만큼은 집중해서 각자의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감독이 지금 선수들에게 원하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소통이다. 선수들끼리 서로 ‘좋다 싫다’ ‘이것을 원한다’ ‘이렇게 해주라’는 말을 계속 주고받으라고 했다. 오가는 수많은 대화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마음을 다져야 코트에서의 플레이 완성도도 높아질 것이다. 감독은 안정된 수비를 기본으로 허튼 실수를 하지 않는 플레이를 원한다. 훈련시간 내내 수비훈련만 반복한 날도 있었다. 최소한 우리가 먼저 무너지지는 않겠다는 의지다.
●소녀가장 바르가의 역할과 주전경쟁의 결과
팀 사정상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1순위인 엘리자베스 바르가에게 공격의 하중이 많아질 것이다. 레프트는 이한비, 박경현 등 프로무대를 경험한 2명과 신인드래프트 전체 2순위 박은서가 경쟁한다. 센터는 하혜진과 최가은이 주전이고 신인 서채원이 도전한다. 신생팀 특별지명으로 영입한 지민경과 최민지는 부상에서 회복 단계라 가동할 인원이 많지 않다.
세터는 구솔과 전체 1순위신인 박사랑이 경쟁한다. 장기적으로는 박사랑에게 많은 기회가 가겠지만 준비할 시간이 부족해 일단은 구솔이 선발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리베로는 팀의 최연장자 문슬기가 맡고 신인 김세연은 원포인트 서브&리베로로 투입된다. 다른 팀과 비교해서 선수들의 이름값과 주전으로 활동한 경력이 떨어져 바르가를 믿을 수밖에 없다.
동료들이 ‘앨리’로 부르는 그는 22세의 나이답게 활발한 성격이다. 높은 타점과 파괴력은 있지만 능력을 살려줄 세터와의 호흡은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소녀가장 출신의 바르가는 AI페퍼스에서도 그 역할을 해야 한다. 코로나19 탓에 제대로 된 한국생활을 즐기지 못한 채 조심하는 바르가는 IBK기업은행 레베카 라셈이 최근 롯데월드에서 찍은 사진을 부러워했다.
용인 |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아직은 일상복귀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남녀 14개 구단은 구슬땀을 흘리며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스포츠동아 배구담당 기자들이 시즌 준비 훈련에 여념이 없는 각 구단의 훈련장을 찾았다. 비 시즌 동안 훈련의 성과와 새로운 퍼즐 맞추기 결과, 각 팀의 장단점이 무엇인지 알아봤다.
●기대와 우려 속에서 시작하는 위대한 도전
지금 여자배구는 2020도쿄올림픽 4강 진출로 어느 때보다도 높은 인기다. 이 혜택을 누릴 페퍼저축은행의 V리그 참가는 사업적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새 식구로 가입하는 단계에서부터 경험한 홍보효과는 회사 관계자들도 인정했을 만큼 충분했다. 연고지 광주광역시의 반응도 지금 뜨겁다. AI페퍼스를 환영하는 현수막을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이번 기회에 페퍼저축은행은 연고지에서 사업을 확장하려고 한다. OK저축은행이 거뒀던 이상의 효과가 또 나온다면 앞으로 V리그에 참여하겠다는 기업은 더 많아질 것이다.
이처럼 신생팀에게 거는 기대는 크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출범과정이 급했다. “충분히 준비해서 시작하라”는 한국배구연맹(KOVO)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2021~2022시즌부터 V리그에 참가해 경험을 쌓기로 했다. 현재 대한민국 여자배구계가 보유한 인적자원의 한계와 기존 구단의 텃세가 겹쳐 신생팀의 첫 출범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창단 승인 6개월 만에 리그 첫 경기, 무에서 유를 창조하다
페퍼저축은행은 3일25일 창단을 신청하고 4월20일 KOVO 이사회에서 창단을 승인 받았다. 5월20일 첫 팀훈련이 시작됐지만 소수의 선수만이 참가했다. 제대로 팀을 꾸리지 못한 상황에서 딱 6개월 만인 10월19일 KGC인삼공사를 상대로 시즌 첫 경기를 치른다. 불가능에 가까운 준비과정이었다. 탄탄한 기초공사를 못했고 중간 중간에 빠진 부분도 많다.
남자부 제7구단인 OK금융그룹의 첫 시즌과도 비교된다. 2013년 4월9일 창단을 선언하고 26일 이사회에서 승인 받았다. 11월5일 시즌 첫 경기까지 팀은 4차례 연습경기를 했다. 개막 이후 8연패를 했고 번지점프 이벤트 이후 반전에 성공해 첫 승리를 따냈다. 2013~2014시즌 성적은 11승19패 승점34로 6위였다. 7년 전에는 기존 남자팀들이 보호선수를 8명으로 묶었고 신인선수지명권은 전체 2~9순번을 줬다. 경기대학교의 기둥선수 3명을 조기에 드래프트에 참가시킨 덕분에 기존 팀과 전력차이가 크지 않았다.
AI페퍼스는 보호선수가 9명이었고 신인지명 때도 대형 유망주가 드물었다. 게다가 대학생과 고등학생은 기량과 체력에서 차이가 난다. 김형실 감독은 “함께 준비하는 시간과 노력이 많아야 팀워크와 조직력이 생기는데 우리는 이제부터다. 선배 팀에게 많이 혼나면서 배우고 훈련하면서 경기하는 시즌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시간과의 전쟁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여러 팀에서 선수를 모은 AI페퍼스는 지금 시간과의 전쟁을 한다. 감독은 “훈련할 시간이 모자란데 이벤트가 너무 많다”고 아쉬워했다. 시즌을 앞두고 의무적으로 받아야하는 다양한 교육에 이어 KOVO와 모기업이 준비한 오리엔테이션에도 참가했다. 선수단 프로필 사진과 영상 촬영도 다른 팀보다 2배의 시간이 걸렸다. 30일 역사적인 창단식을 마치면 공식행사는 거의 끝나지만 아직 고등학교와 실업팀 소속 선수들은 전국체전에 참가해야 한다.
결국 10월14일에야 모든 선수들이 완전체로 모인다. 첫 경기까지 고작 4일간 손발을 맞춰본 뒤 시즌에 들어가야 한다. 아직 선수들끼리 호흡이 맞지 않은 가운데 지난 16일 수원 한봄고과 첫 연습경기에서 진땀을 흘렸다. 배구는 코트에서 뛰는 모든 선수들의 몸과 마음을 맞춰가며 조직력을 다지는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확인했다. 지금은 시즌 목표를 감히 말하기도 힘든 수준이다. 김형실 감독은 “시즌 5승이 목표”라고 했다. 패배에서 많은 것을 배워간다면 그 목표는 이뤄지겠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서로를 향한 믿음과 동기부여가 중요하다. 홈팬도 당분간은 칭찬과 격려를 먼저 해줘야 한다.
70세로 V리그 최고령 감독은 생각이 젊었다. 기존의 성공방식 대신 남들이 하지 않은 새로운 길을 선택하려고 한다. 그가 정한 선수단 운영의 기본정책은 ‘프로페셔널다움’이다. 최대한 전문직업인의 대우를 해주면서 그에 따른 책임과 노력을 요구했다. 출퇴근하는 코칭스태프는 훈련 뒤 숙소에 남아서 선수의 사생활을 간섭할 여지를 막아버렸다. 숙소생활은 전적으로 선수에게 맡겼다. 구단버스 기사도 유일하게 여성드라이버를 뽑았다. 숙소생활뿐 아니라 이동할 때도 여자선수들끼리 편하게 다니라는 배려다.
감독은 합숙소 생활도 3년으로 제한하려고 한다. 소수의 동료들밖에 보이지 않는 합숙소를 벗어나 보다 넓은 세상을 경험해봐야 뿐 아니라 배구의 고마움을 더 느끼고 진정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봤다. 대신 훈련시간만큼은 집중해서 각자의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감독이 지금 선수들에게 원하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소통이다. 선수들끼리 서로 ‘좋다 싫다’ ‘이것을 원한다’ ‘이렇게 해주라’는 말을 계속 주고받으라고 했다. 오가는 수많은 대화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마음을 다져야 코트에서의 플레이 완성도도 높아질 것이다. 감독은 안정된 수비를 기본으로 허튼 실수를 하지 않는 플레이를 원한다. 훈련시간 내내 수비훈련만 반복한 날도 있었다. 최소한 우리가 먼저 무너지지는 않겠다는 의지다.
팀 사정상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1순위인 엘리자베스 바르가에게 공격의 하중이 많아질 것이다. 레프트는 이한비, 박경현 등 프로무대를 경험한 2명과 신인드래프트 전체 2순위 박은서가 경쟁한다. 센터는 하혜진과 최가은이 주전이고 신인 서채원이 도전한다. 신생팀 특별지명으로 영입한 지민경과 최민지는 부상에서 회복 단계라 가동할 인원이 많지 않다.
동료들이 ‘앨리’로 부르는 그는 22세의 나이답게 활발한 성격이다. 높은 타점과 파괴력은 있지만 능력을 살려줄 세터와의 호흡은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소녀가장 출신의 바르가는 AI페퍼스에서도 그 역할을 해야 한다. 코로나19 탓에 제대로 된 한국생활을 즐기지 못한 채 조심하는 바르가는 IBK기업은행 레베카 라셈이 최근 롯데월드에서 찍은 사진을 부러워했다.
용인 |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