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징어게임’ 정호연 “팔로어 1200만 세계적 인기 실감 안나”

입력 2021-10-05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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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 정호연이 연기 데뷔작인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 인기에 “아직 실감이 잘나지 않는다”며 얼떨떨한 마음을 드러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전세계 8200만 명 시청 ‘오징어게임’ 벼락스타 정호연 인터뷰

새터민 슬픔 공감하려 캐릭터 일기
아직 만족을 말하기엔 경험 부족해
모델도전 영상 재조명 쑥스럽기도
해 보고 싶은 역할들이 정말 많아
‘새벽’ 만나고 남을 위한 삶도 생각
“나와 동생에게 ‘정신 똑바로 차리라’ 말했던 아빠는 국경을 함께 넘다 그만 총에 맞아 쓰러졌다. 아버지를 남겨둔 채 앞만 보고 도망쳐야 했다. 눈물이 앞을 가렸지만, 뛰고 또 뛰어야만 했다.”

배우 정호연(27)은 작년 2월 일기에 그렇게 썼다. 이후 한동안 일기를 쓰며 10대 후반 새터민 소녀의 아픔을 가슴에 품었다. 누가 설명해주지 않았지만,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그러고 싶었다. 관련 내용을 좀 더 부연하면 다음과 같다.

‘동생만 데리고 겨우겨우 한국에 도착했지만 생활은 팍팍했다. 동생은 잠시 보육원에 맡겼다. 엄마를 탈출시키기 위해 적지 않은 돈을 브로커에 건넸지만 사기를 당했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 결국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게임을 택했다. 목숨값 1억원을 담보로 생존의 극한상황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갔다.’

정호연은 겪지 못했던 참담한 경험을 대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겁나던” 때 일기를 썼다. 한 사람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며 공부”할 수 있는, 유일한 창이었다. 이를 통해 드러낸 새터민 소녀의 신산한 삶. 눈가에 가득한 기미와 우울하면서도 냉소적인 표정은 아픔을 실감케 한다.

보는 이의 실감은 정호연에게 일약 세계적 명성을 안겨주고 있다. 17일 공개 이후 “28일 동안 8200만명 이상이 시청”(미국 경제지 포춘)할 만큼 전 세계적인 시선을 모으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의 또 다른 주역 이정재·박해수·위해준과 함께 미국 지상파 채널 NBC의 인기 토크쇼 ‘지미 팰런 쇼’에도 초청돼 7일 현지 시청자를 만나게도 됐다.

정호연은 2010년 모델로 데뷔해 2013년 온스타일의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 시즌4로 얼굴을 알린 뒤 꽤 인정받아왔다. 루이뷔통과 샤넬 등 세계적 브랜드의 모델로 활약하며 “성공적인 경력”을 쌓았다. 그 속에서 “경력이 하나둘 떠나가는 날도 있을 텐데, 그럼 난 무엇을 할까 고민”했다.

“고민 속에서 책과 영화를 보며 나도 저런 표현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해 연기 개인 교습을 받았다.”

사진제공|넷플릭스


“두 발 땅에 잘 딛고 서자”

그러다 지난해 초 기대는 하지 않고 ‘오징어게임’ 영상 오디션에 응했다. 일기도 그때부터 썼다. “너무 긴장돼 ‘이분들(심사위원) 앞에서 마지막으로 연기하는 순간이구나’하며 몰입했다”는 그는 출연 여부를 떠나 행복했다고 돌이킨다.


- ‘오징어게임’ 공개 이후 40만명이었던 SNS 팔로어가 최근 1200만명에 도달했다. 전 세계적인 인기라 할 만하다.



“실감나지 않는다. SNS를 통해 팬아트를 보내주시는 분들도 많다. 전 세계 사람들이 각자 스타일로 작품을 사랑해주는구나 느낀다. 그래도 체감은 아직…. ‘오징어게임’에 함께 출연한 박해수 선배가 ‘두 발 땅에 잘 딛고 있자’고 말했다. 매일 아침 그렇게 생각하며 ‘오늘 하루도 감사히 살아가자’ 여긴다.”


- 만족감이 크지 않을까.



“만족…? 만족? 만족이 안 되는 것 같다.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난 부족했지만 여러분이 도와줘서 완성됐다. 처음 촬영할 때 세트의 규모가 신기했다. 상상하기로는 스태프가 많겠군 했는데 그보다 더 많았다, 한 작품을 위해서 굉장히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에너지가 동시다발적으로 들어가는, 어렵고 값진 일이구나 생각했다.”


- 덕분에 과거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도수코) 출연 영상도 재조명되고 있다. 수줍지 않은가. 연기자로 단박에 주목받는 건 섭섭할 법도 하다.



“수줍은 건 맞고, 섭섭한 건 틀린다. 많은 경험을 통해 변화해가는 것 같다. ‘도수코’ 때엔 승부욕이 컸고, 경쟁심이 강했다. 이겨야 했으니까. 이후 일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엄청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그동안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과 일해 왔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것도, 그렇게 균형을 찾아가는 게 더 중요한 일이라는 것도 배웠다.”

사진제공|넷플릭스


“남을 위해 살고 싶은 내 다음 스텝은?”

정하연은 욕심을 내는 듯하다가도 겸손해졌다. 겸손한 듯하다가도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겸손은 신인 연기자로서 가질 수밖에 없는 중압감과도 닮은 부담감일 수도 있겠다. 욕심은 앞으로 펼쳐질 또 다른 연기의 길에 대한 희망처럼 들려왔다.


- 연기 데뷔 이전에 상상했던 연기와 실제 연기는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같았던 건 하나도 없다. 생각한대로 되는 것도 없었다. 초반에는 더더욱. 이러면 안 될 것 같다고 해서 연출자 황동혁 감독에게 밥을 먹자 했다. 난 무슨 얘길 하자고 만난 건지 모르겠는 상황에 황 감독은 ‘넌 새벽(극중 캐릭터)이다.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해주었다. 용기를 얻었다. 불안함이 조금은 해소됐다.”


- 이후 연기자로서 가장 기대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새로운 작업환경?!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 부담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아무래도 연기로는 부족한 게 많아 더 발전해가야 하는 것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해야 한다. 아직 자신 있게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도 없다. 그래도 해보고 싶은 역할은 많고 다양하다.”

그러면서 정호연은 자신의 말대로 “많고 다양”한 작품 속 여성 캐릭터를 줄줄 읊었다. ‘말콤과 마리’의 젠데이아 콜먼을 비롯해 ‘킹덤’의 배두나, ‘인간수업’의 박주현, ‘퀸스 갬빗’의 애니아 테일러 조이…. 그만큼 또 “많고 다양”한 인물을 봤다 말하고 있었다. 캐릭터의 내면을 스스로 들여다보며 마치 실제 그인 것처럼 처절한 마음으로 일기를 썼던 그를 ‘준비된 연기자’로 불러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정호연은 ‘오징어게임’의 새터민 소녀를 만나고 나서 “남을 위하는 삶이 더 가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런 삶을 살고 싶은 사람으로 가는 듯”하다는 부연도 따랐다. 굳이 그러라고 누구도 떠밀지 않았지만, ‘그래야만 할 것 같다, 그러고 싶다’는 표정이 묻어났다.

“모두 신나게 저의 다음 스텝을 기대해볼까요? 하하!”

정호연은?

▲ 1994년 6월23일생
▲ 동덕여대 모델과 졸업
▲ 2010년 모델 데뷔, 2014년 온스타일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 시즌4 출연
▲ 2017년 루이뷔통 등 모델로 본격 해외 활동
▲ 2018년 이후 샤넬, 베르사체, 에르메스, 돌체 앤 가바나 등 모델
▲ 2018년 세계 여성모델 랭킹 톱 50(모델스닷컴)
▲ 2021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지어게임’으로 연기 데뷔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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