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시간, 노동이 완성한 예술’ 옻칠작가 소산 최윤진 개인전

입력 2021-10-08 10: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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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3~18일 인사동 갤러리이즈에서 개인전
-서예가에서 옻칠예술가로…문자창작 ‘칠서’ 발표
-이번 전시에선 평면에 시공간의 변화를 기호로 표현
소산 최윤진 작가는 40세까지 서예가로 살다 회화작가가 된 이색적인 이력을 갖고 있다.
회화 중에서 최 작가는 옻칠 회화를 그린다. 10여 년 전부터 옻칠을 통해 발표해 온 문자창작 ‘칠서’가 그의 작품세계를 드러내는 대표작이다.

최윤진 작가의 여덟 번째 전시가 10월 13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인사동 갤러리이즈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칠서’의 연장선상으로 2차원의 평면에 시공간의 변화를 기호로 표현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최 작가는 “의미를 가진 오브제를 칠판에 붙이는 꼴라쥬 형식으로 평면에 공간감의 효과를 내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지필묵을 벗 삼아 긴 시간을 서예와 함께 보내던 작가가 옻칠화의 세계에 들어선 것은 2004년. 당시 인사동에 있던 학고재에서 옻칠화 창립전을 본 작가는 “못 보던 재료의 그림이 내 가슴을 뛰게 했다”고 회상했다.

“옻칠은 알레르기가 무섭고, 사포질이 붓질보다 더 필요한 작업이라는 것도 몰랐다”는 최 작가는 2005년 첫 번째 전시를 연 후 지금까지 칠판에 옻칠로만 작업해 오고 있다.

옻칠은 긴 시간을 쏟아 부어야 결과물을 낼 수 있는 고된 작업이다. 최 작가는 “옻칠작품은 목태로 화판까지 직접 제작해야하기에 1년에 몇 점 못 한다”고 했다.
초기의 작품은 작가에게 익숙한 절지화나 사군자류를 칠판에 옮기는 정도였지만 지금은 칠이라는 재료의 특별한 물성을 드러내는 것뿐만 아니라 옻칠재료 기법을 통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고 했다.


옻칠화는 칠 고유의 빛이 있어 온전히 옻칠만 사용하기도 하지만 색 안료에 옻을 미디엄으로 사용하면 다양한 색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옻의 끈적한 점성은 다른 물질을 화면에 붙일 수 있게 해 바르고, 긋고, 파내고, 뿌리고, 쌓고, 연마하고, 광을 내는 다양한 기법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 작가는 “이렇듯 독특한 재료적 특이성으로 인해 옻칠화는 기존의 회화재료와는 다른 미감을 느낄 수 있다”며 “디지털 시대에 세상은 순식간에 버튼 하나로 돌아가지만, 옻칠은 느리고 긴 시간을 기다리며 도 닦는 수행 같다”고 했다.

옻칠작가인 이종헌 작가는 최윤진 작가의 이번 전시에 대해 “붓질을 이용한 서체의 조형이 아닌 현대적인 기하학적 조형으로부터 전통의 사방연속무늬, 요철, 원방, 천지인과 팔괘 등을 취하여 칠하고, 심고, 연마하고, 숨기고, 덮고, 드러내는 힘겨운 노동의 시간을 통해 더욱 변화된 조형을 보여준다”며 “다양한 옻칠기법들을 통해 조형적 실험과 회화와 공예의 결합, 공예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팬데믹이 길어지면서 혼자만의 시간이 더 늘어났다/예술가는 홀로 길을 떠나는 존재라는 누군가의 말에 공감하며/크지 않은 화판에 우주를 담는다 (최윤진 작가노트 중에서)”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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