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택의의 분배와 케이타의 닭갈비 볶음밥 [스토리 발리볼]

입력 2021-10-21 13: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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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손해보험 황택의(왼쪽), 케이타. 스포츠동아DB

지난 시즌 KB손해보험은 세터 황택의와 라이트 케이타가 이끄는 팀이었다.

무려 10시즌 만에 봄 배구까지 팀을 이끈 힘은 외국인선수 케이타의 상상을 초월한 타점과 이를 잘 살려준 황택의의 정확한 패스에 있었다. 팀 공격의 절반 이상을 도맡다보니 팀의 성패는 케이타의 경기 기록과 몸 상태에 따라 변동이 심했다. 황택의가 발바닥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마감하면서 KB손해보험의 봄나들이는 고작 준플레이오프 한 경기로 끝났다.

새로운 시즌에도 KB손해보험은 감독을 바꾼 것 외에는 특별한 변화가 없었다. 모두가 새로운 시즌의 KB손해보험이 어떤 배구를 할 것인지 알았다. 카드로 치자면 자신의 패를 일찍 보여준 것이다. 이런 KB손해보험에 유의미한 변화가 조금씩 보인다.

KB손해보험 황택의. 스포츠동아DB


20일 풀세트 혈투를 치른 현대캐피탈과의 홈 개막전에서 황택의는 지난 시즌과 달라진 분배를 했다. 1~2세트 케이타의 공격점유율을 40% 이하로 낮추려고 노력했다. 새로운 공격옵션을 개척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황택의는 V리그 3년차 홍상혁에게 많은 기회를 줬다.

지난해까지 레프트의 공격 파트너는 김정호였지만 이날따라 컨디션이 좋지 않은 점을 감안한 선택이었다. 그의 분배에 현대캐피탈의 블로킹이 따라가지 못해 1세트는 승리했지만 2세트는 졌다. 3세트도 황택의는 초반에 케이타를 많이 활용하다가 20점 이후 중요한 순간에 홍상혁을 먼저 봤다. 결과는 실패였다. 케이타가 53%의 공격점유율을 기록하고도 세트를 내줬다.

KB손해보험이 지난 시즌과 달라진 것은 플랜B,C가 생겼다는 것이었다. 우선 홍상혁이 꾸준히 케이타의 반대편에서 득점을 했다. 중앙에서 속공도 자주 터졌다. 무엇보다 2세트까지 17번의 공격 점프만 했던 케이타는 체력에 여유가 있었다. 3세트 17차례, 4세트 16차례 스파이크를 꽂고도 5세트에 상대의 블로킹을 제압할 충분한 힘이 있었다. 대놓고 황택의가 케이타에게 공격을 몰아주자 상대의 블로킹 위에서 놀았다. 현대캐피탈은 “5세트에는 알고도 못 막았다”고 했다. 결국 케이타의 공격점유율은 48%로 지난 시즌과 큰 차이는 없었지만 중요한 순간을 위해 아껴둔 덕분에 공격성공률은 63%, 공격효율은 44%로 올라갔다.

KB손해보험 케이타. 스포츠동아DB


황택의의 분배 덕분에 KB손해보험은 김정호를 대신할 새로운 공격옵션을 찾았다. 그동안 레프트의 신장이 낮아 고민이 많았던 팀으로서는 홍상혁의 등장으로 사이드 블로킹의 높이가 좋아지고 2개의 파이프공격이 동시에 가능한 팀이 됐다. 여기에 정신적으로 더욱 성장한 케이타까지 기세한다면 또 한 번의 봄나들이를 꿈꿀 수 있다.

후인정 감독은 “더 열심히 할 것이라고 스스로 말했고 동료들도 작년보다 더 노력한다고 말해서 믿고 있다. 생각하는 것이 많이 달라진 듯하다”고 했다. 케이타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것은 식사다. 한 가지 맛있는 음식에 꽂히면 매일 그 것만 고집해왔지만 최근 가장 자주 먹는 것은 닭갈비 볶음밥과 계란찜, 갈비찜이다. 지난 시즌 햄버거와 치킨만 고집하는 아이들 입맛에서 이제는 영양을 생각한다는 뜻이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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