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베테랑이 그토록 원했던 존재가치 증명, 패→무승부 바꿨다 [잠실 리포트]

입력 2021-10-2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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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김용의. 스포츠동아DB

“그런 경기가 5경기만 됐으면 좋겠어요.”

여기서 말하는 ‘그런 경기’는 경기 후반, 자신이 투입돼 꼭 필요한 1점을 만들어 팀을 승리로 이끄는 경기다. 18시30분이 아닌 21시에 출근시계를 맞추는 듯한 7회 이후의 사나이. 김용의(36·LG 트윈스)의 질주가 팀 패배를 무승부로 바꿨다.

LG는 21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5-5로 비겼다. 이날 전까지 키움에 2패를 먼저 내준 LG였기에 승리가 절실했다. 하지만 9회초까지 4-5로 끌려다니며 스윕패 직전까지 몰렸다. 9회말 마지막 기회, 선두 홍창기가 유격수 쪽 내야안타를 때렸다. 류지현 감독은 곧장 대주자를 기용했다. 홍창기의 햄스트링 상태가 좋지 않았던 데다, 팀에서 가장 확실한 주루 툴을 갖춘 김용의를 믿었기 때문이다. 6회 즈음부터 불펜 쪽에서 몸을 풀고 있던 베테랑은 1루 베이스를 밟으며 추가진루를 호시탐탐 노렸다.

키움 클로저 김태훈은 후속 서건창 타석에서 초구 볼을 던졌다. 김용의는 작은 동작으로 키움 배터리를 연신 괴롭혔다. 한번쯤 견제를 할 수밖에 없던 상황. 김태훈의 견제구가 1루수 옆으로 빠졌다. 김용의는 2루를 거쳐 3루까지 내달렸다. 질주 도중 공을 놓친 탓에 잠시 망설이는 동작도 있었지만, 스타트가 빨랐던 데다 속도에 탄력이 붙었으니 3루에 안착할 수 있었다. 후속 서건창은 가볍게 뜬공을 만들어 김용의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후속 김현수와 채은성이 범타로 물러나며 역전에는 실패했지만 패배를 무승부로 바꾼 것만으로도 최악은 면했다.

김용의는 올해 스프링캠프 당시 “내가 해야 할 역할이 있다.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했다고 핵심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발로, 수비에서 보탬이 될 수 있다. 경기 후반 투입돼 나로 인해 5경기만 이겨도 행복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6월 2일 잠실 KT 위즈전에서 경기 막판 3루도루로 결승점을 이끈 뒤에도 “오늘이 그 중 한 경기”라며 멋쩍게 웃었다.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할 순간이 올 때까지, 묵묵히 그라운드 뒤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1군 엔트리 33명이 모두 스타가 될 수는 없다. 스포트라이트 뒤에서 묵묵히 자신의 순간을 만드는 이의 존재는 필수다. 패배를 무승부로 바꾼 김용의의 질주가 의미를 갖는 이유다.

잠실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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