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효율과 공존, 줄어든 스텝. 대한항공의 선택은 [스토리 발리볼]

입력 2021-10-28 11: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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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V리그 남자부 통합우승팀 대한항공에 경고신호가 들어왔다. 시즌 초반이지만 2연패다. 항상 초반에 좋지 못하더라도 막판에 치고 올라가서 봄 배구에 진출하는 것이 대한항공의 시즌행보였기에 아직 더 지켜볼 여지는 있다. 다만 걱정스러운 부분은 보인다.

지적됐던 외국인선수 링컨의 파괴력은 여전히 의문부호다. 16일 우리카드와의 시즌 개막전에서 31득점(71% 공격성공률, 65% 공격효율)과 4블로킹, 3서브에이스로 트리플크라운을 작성할 때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이후 22일 삼성화재(13득점, 공격성공률 32%, 공격효율 8%). 27일 현대캐피탈(5득점, 공격성공률 38%, 공격효율 8%) 경기 모두 부진했다. 급기야 27일 경기에서는 1세트 이후 선발에서 빠졌다. 임동혁이 그 자리를 맡았다.


‘팬들에게 호기심을 주는 새로운 배구’를 원하는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외국인선수 선발 때부터 파격이었다. V리그가 성공사례로 믿는 높은 타점과 파괴력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감독은 “외국인선수라고 특별한 것을 모두 해달라는 배구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하는 배구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파괴력과 타점을 중시하는 ‘뻥 배구’가 아닌 범실 없는 공격과 효율성을 원했지만 최근 2경기는 공격성공률이 낮았고 공격효율과의 격차마저 컸다.
개막전은 링컨의 데이터가 없었지만 이후 모든 팀들은 장단점을 정확히 알고 대비한다.


설상가상으로 지금 대한항공은 팀의 오랜 장점이던 탄탄한 리시브를 기대하기 어렵다. 정지석의 공백 탓이다. 이를 곽승석-오은렬 2인 리시버 혹은 신인 정한용의 투입 등 여러 방법으로 메워보려고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다. 삼성화재의 강한 서브에 리시브가 흔들리던 날에는 한선수의 빼어난 개인기량도 속수무책이었다. 스피드배구를 시도하면서 공격수들이 기존의 점프 스텝을 줄여서 공격하다 보니 정점에서 때리지 못했다. 특히 리시브 효율이 21% 이하로 떨어지는 상황에서의 2단 연결 때는 해답이 없었다.

27일 현대캐피탈 경기 때는 38%로 상승한 리시브 효율과 더불어 임동혁을 2세트부터 라이트로 고정하면서 2,3세트를 만회했다. 파괴력을 갖추 임동혁과 링컨의 같은 코트에서의 공존이 대한항공에게는 가장 좋은 해결책이지만 아직 방법은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개막전처럼 링컨이 한 박자 빠른 공격과 해결능력을 보여준다면 길이 생기겠지만 세터 한선수가 아무리 애를 써도 매번 1-1 블로킹 상황을 만들어줄 수는 없다. 토미 감독은 이럴 때를 대비해 리바운드 공격과 짧은 스텝의 연타공격을 새로운 옵션으로 추가하려고 노력했다. 이전까지 해오지 않던 방식이라 선수들의 몸이 기억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감독은 “우리가 선택한 길을 모두가 의심하지 말고 가면 결국에는 성공할 것”이라면서 선수들에게 따라올 것을 요구했다. 시즌 전에는 당연히 한 마음으로 뭉치겠지만 경기결과에 희비가 엇갈리는 전투가 벌어지는 시즌은 다를 수 있다. 대한항공의 선택이 궁금하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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