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4차전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경기에서 2회초 2사 1, 3루 KT의 1타점 적시타 때 두산 더그아웃의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고척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두산의 올 시즌 전체를 돌아보면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해 원투펀치로 활약한 크리스 플렉센(시애틀 매리너스)과 라울 알칸타라(한신 타이거즈)가 떠났고, 오재일(삼성 라이온즈)과 최주환(SSG 랜더스) 등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선수들도 대거 이탈하는 바람에 전력이 크게 약화된 상태였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KS 기간 중 “선수들이 힘든 상황이지만, 본인들이 잘해서 여기까지 왔다”며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시즌 전망은 어둡기 그지없었다. 아리엘 미란다, 워커 로켓, 최원준을 1~3선발로 낙점하고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미란다는 시범경기까지 최악의 부진을 보였고, 이영하의 구위도 좀처럼 올라오지 않았다. FA로 이적한 오재일, 최주환의 보상선수인 박계범과 강승호가 핵심전력이 돼야 할 정도로 야수층도 얇아졌다. 불펜의 핵으로 여겼던 함덕주를 LG 트윈스에 내주고 1루수 양석환을 데려온 것도 기존 선수들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중반까지 오르내림이 심했다. 잊을 만하면 부상자가 생겼고, 4~5선발에 대한 고민도 쉽게 풀리지 않았다. 9월 4일 기준 8위까지 추락했다. 그러나 4연패를 끊은 9월 5일 대구 삼성전을 시작으로 13승3무1패의 고공비행을 하며 4위까지 도약하는 ‘미러클’을 보여줬다. 자신감을 얻은 선수들은 끝까지 순위를 지켜냈다.
김 감독의 승부사 기질도 다시금 주목 받았다. 한창 순위싸움이 치열한 시기에 “누군가로 인해 팀 분위기가 잘못된다면 감독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간판타자 박건우를 2군으로 보냈다. 1군에 돌아온 박건우의 방망이는 더욱 뜨거워졌다. 플레이오프(PO)까지 외국인투수를 활용하지 못했던 가을야구에서도 과감한 투수교체와 스페셜리스트 기용을 통해 잇달아 ‘도장 깨기’를 성공시켰다. KS의 문턱을 넘어서진 못했지만, 올 가을 두산은 강팀의 자격을 스스로 입증했다.
고척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