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올림픽 앞둔 ‘쇼트트랙人’ 곽윤기의 메시지 [신년인터뷰]

입력 2022-01-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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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 내 쇼트트랙 인생의 피날레 장식하는 무대 될 것.”

대한민국 남자쇼트트랙대표팀의 맏형 곽윤기(33·고양시청)가 처음 이름을 알린 무대는 11년 전인 2010밴쿠버동계올림픽이다. 당시 남자 50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따낸 뒤 깜짝 세리머니로 주목 받았던 그는 2018평창올림픽을 거쳐 3번째 올림픽을 준비하는 베테랑의 위치에 있다. 잦은 충돌에 따른 부상 위험이 큰 종목의 특성을 고려하면, 지금까지 선수생활을 하며 꾸준히 대표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도전정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크리스마스 당일인 25일 스포츠동아와 전화 인터뷰 직전까지도 훈련에 여념이 없었다. 2월 4일 개막하는 2022베이징올림픽을 준비하는 그의 의지가 느껴졌다. “올림픽을 되새기고 돌아봤을 때 ‘내 모든 것을 다 쏟았다’고 할 수 있는 레이스를 펼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3번째 올림픽을 앞두고 있다.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솔직히 엄청나게 훈련에 집착하진 않는다. 2차례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과 한 번의 좌절을 통해 ‘왜 올림픽을 완전한 상태로 치르지 못했을까’를 고민했는데, 내가 너무 승부에만 집착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준비과정을 통해 뭔가를 얻을 수 있는 올림픽이 되길 바라고 있다. 물론 1등을 하면 정말 좋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이번 올림픽을 되새기고 돌아봤을 때 ‘모든 것을 다 쏟았다’고 할 수 있는 레이스를 위해 몸에 힘을 빼는 연습을 많이 했다.”


-걱정되는 부분들도 있을 듯한데.


“남자대표팀 위주로 얘기한다면, (이)준서가 발목 부상으로 월드컵시리즈를 치르지 못하고, 올림픽에 발을 내디뎌야 한다.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본인의 몫이겠지만, 정신적인 측면에서 흔들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야 한다. 기량이 상향평준화가 됐다. 누가 1등을 해도 어색하지 않다. 선배님들이 잘 다져온 길을 우리가 지키지 못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도 있지만, 이번 과정을 통해 한발 더 내딛을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대표팀 분위기는 어떤가.

“후배들도 공과 사가 정말 명확하더라. 사적인 자리에서 조금 더 편안하게 지낼 수 있지만, 공적인 자리에선 오히려 내가 후배들에게 배우고 싶을 정도로 프로페셔널하고, 집중도 또한 엄청나다. 정말 걱정이 많았는데, 후배들이 훈련에 임하는 모습을 보며 걱정을 지웠다.”


-쇼트트랙은 평균 선수생명이 길지 않고, 부상 위험도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꾸준히 기량을 유지하는 비결이 궁금하다.

“사실 평창올림픽이 정말,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후배들이 워낙 잘해서, 내 입지가 줄어드는 게 아닌 자리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최선을 다하며 잘 마무리하자는 생각으로 뛰었다. 평창올림픽 이후 3년만에 대표팀에 돌아왔는데, 이번 선발전에서 컨디션과 조편성 등 운이 따라줬다. 무엇보다 엄청나게 뒤처질 때 상황에서 믿어주신 팬들이 있었기에 포기하고 싶을 때 한발 더 내딛을 수 있었다.”

-선수생활을 하며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너무 많은 기억이 스쳐 지나간다. 최근에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2021~2022시즌 월드컵 1~4차대회를 치르는 과정이 힘들었다. 이번에는 ‘나보다 후배들을 더 챙겨보자’는 생각으로 대회를 준비했고, 이준서의 부상 등 여러 상황이 겹친 탓에 내가 개인 종목에 나섰다. 그런데 너무나 높은 벽을 실감했다. ‘퇴물이구나. 끝났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물러날 때가 됐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심각했다. 티를 내지 않다 보니 더 어려웠던 것 같다. 그때마다 ‘나는 단체전에 주력해야 한다’고 몇 번이고 되뇌였다. 그게 내 포지션이다. 다행히 후배들도 정말 잘 챙겨주고 있으니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했다.”


-올림픽 이후의 계획과 ‘쇼트트랙인’으로서 궁극적인 목표가 궁금하다.

“평창올림픽 때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했다. 후배들이 많이 놀린다. ‘다음에도 또 나갈 것 아니냐’고. 하지만 이번 올림픽은 정말로 내 쇼트트랙 인생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무대가 될 것 같다. 메달 색깔에 연연하기보다는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도 국민들이 ‘제 경기를 보시면서 ’나도 저렇게 하면 할 수 있겠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것도 쇼트트랙의 진입장벽이 높다고 느껴서다. 지금도 좋은 환경에서 훈련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올림픽 시즌과 그렇지 않은 시즌은 큰 차이가 있다. 후배들이 올림픽 시즌이 아닐 때도 당연하게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는 선배가 되고 싶다.”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은.


“가까이서 지켜보면, ‘메달을 따야만 가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하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는다. 후배들이 본인의 가치를 만드는 과정에서 ‘금메달리스트’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그 자리에서 내려올 때 스스로 굉장히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 사람들은 쇼트트랙을 즐기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더 진정성을 느낄 것이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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