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스스로 합니다” 1500m 랭킹 1위 이유빈, 당당한 금메달 기대주로 떴다 [강산 기자의 베이징 피플]

입력 2022-02-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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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여자쇼트트랙의 차세대 주자 이유빈(21·연세대)은 2022베이징동계올림픽의 다크호스로 꼽힌다. 2020년 3월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서 “늘 끝까지 최선을 다해 달린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던 그가 어느새 당당한 금메달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이유빈이 존재감을 알린 대회는 4년 전인 2018평창동계올림픽이다. 한국이 금메달을 따냈던 여자 3000m 계주 준결선 도중 넘어진 뒤 최민정(성남시청)과 빠르게 교대한 장면은 지금도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아있다. 한 번 넘어지면 따라잡기가 쉽지 않음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덕분에 최고의 결과를 일궈낼 수 있었다.

고통은 성장의 밑거름이었다. 이유빈은 성장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2019~2020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6차 대회 여자 1000m 결선에서 생애 첫 시니어무대 금메달을 따냈다. 당시 폴란드의 강호 나탈리아 말리쉐브스카와 몸싸움 과정에서 한 차례 뒤로 밀린 뒤 빠르게 전열을 가다듬은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거친 몸싸움을 이겨낼 수 있는 파워를 장착하자, 레이스 운용에도 한층 자신감이 붙었다. 이는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준비과정이었다.


행운도 따랐다. 이유빈은 2021~2022시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4위를 차지했다. 개인전에는 1~3위만 출전할 수 있기에 이유빈은 당초 계주 멤버로 분류됐다. 그러나 선발전 1위 심석희(서울시청)와 3위 김지유(경기일반)가 각각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징계와 부상으로 베이징행 비행기에 오르지 못하면서 이유빈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아울러 심석희의 불참으로 개인전에 나선 월드컵 1차 대회와 4차 대회 여자 1500m에선 당당히 금메달을 따내며 올 시즌 이 종목 랭킹 1위로까지 솟구쳤다. AP통신은 이유빈을 이번 올림픽 여자 1500m의 깜짝 금메달 후보로 지목하기도 했다.

이유빈의 강점은 아웃코스 추월능력과 지구력이다. 피지컬이 뛰어난 수자너 스휠팅(네덜란드) 등과 경쟁하기 위해선 아웃코스를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유빈은 이 능력을 갖췄다. 무엇보다 모든 준비과정을 스스로 해낼 정도로 단단해진 점이야말로 기대감을 키우는 요소다.


이유빈은 “평창올림픽 때는 계주 멤버이기도 하고, 레이스도 한두 번뿐이라 어떻게 몸을 풀고 유지해야 하는지를 전혀 몰랐다”며 “그 때는 감독, 코치님 말씀만 듣고 운동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몸을 만들고 컨디션을 올리는 것까지 스스로 하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이유빈은 이번 올림픽 전 종목(여자 500·1000·1500m·3000m 계주·혼성 2000m 계주)에 나선다. 이번 대회 첫 종목은 한국 선수단의 첫 메달이 유력시되는 5일 2000m 혼성계주다. 최민정, 황대헌(강원도청), 이준서(한국체대)와 합을 맞춰 메달에 도전한다. 그는 “혼성계주는 정말 짧다. 각자 2번씩 빠른 속도로 돌아야 한다. 남자 선수가 여자 선수에게 배턴을 넘겨줄 때 버텨내는 게 중요하다. 다들 많이 노력했으니 준비한 대로 보여드릴 것”이라고 굳은 결의를 전했다.

베이징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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