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메달밭 지배하는 ‘빙질의 미학’ [강산 기자의 비하인드 베이징]

입력 2022-02-03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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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에선 경기장의 빙질이 선수들의 레이스 운영과 기록경쟁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쇼트트랙대표선수들도 베이징캐피털실내빙상장 적응에 힘을 쏟고 있다. 베이징 | 강산 기자

4일 개막하는 2022베이징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의 메달 유력 종목은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이다. 대한체육회가 목표로 정한 금메달 최대 2개는 모두 쇼트트랙을 염두에 둔 것이다.

동계올림픽 메달은 얼음과 친숙해야만 손에 넣을 수 있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이 따낸 금메달 5개는 쇼트트랙(3개)과 스피드스케이팅, 스켈레톤(이상 1개)에서 나왔는데, 이는 모두 얼음판에서 벌어지는 종목이다. 특히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은 얇은 스케이트 날로 빙판 위에서 최고의 스피드를 내야 하다 보니, 기술만큼 빙질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대회 개막에 앞서 선수들에게 빙질과 관련한 질문이 쏟아진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은 빙질에 대해선 전문가 수준이다. 레이스가 펼쳐지는 경기장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점검하는 것도 빙질이다. 얼마나 딱딱하고 무른지를 미리 파악하고, 그에 맞는 스케이팅을 해야 하기에 사전점검이 그만큼 중요하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에 출전하는 김민석(성남시청)은 “우리의 체온이 36.5도 아닌가. 얼음에 손을 댔을 때 몇 초 안에 얼음이 녹는지, 얼마나 미끄러운지를 보면 어느 정도 빙질을 파악할 수 있다”며 “다른 나라 선수들도 얼음의 온도를 체크하고, 어떻게 스케이트를 탈지 계획을 짠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 스피드스케이팅 경기가 열리는 베이징 오벌의 빙질 관리는 캐나다 캘거리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의 얼음을 담당하는 매니저가 맡고 있다. 캘거리 오벌의 얼음은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500m 챔피언인 고다이라 나오(일본) 등 외국 선수들도 최고 수준으로 평가한다.

고다이라는 베이징 오벌에서 첫 훈련을 마친 뒤 “상쾌한 느낌으로 탈 수 있다. 캐나다 캘거리의 빙질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밝혔다. 남자 500m에 나서는 김준호(강원도청)도 “베이징 오벌의 빙질이 확실히 캘거리 오벌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말했고, 네덜란드의 강자 키엘트 나위스도 “처음에는 다소 딱딱한 느낌이었지만, 연습할수록 괜찮아지는 것을 느낀다”고 거들었다.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에선 경기장의 빙질이 선수들의 레이스 운영과 기록경쟁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쇼트트랙대표선수들도 베이징캐피털실내빙상장 적응에 힘을 쏟고 있다. 베이징 | 강산 기자


쇼트트랙의 빙판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작은 접촉에도 쉽게 넘어지는 종목의 특성상, 코너의 빙질에 빠르게 적응하는 것이 숙제다. 선수들도 매일 달라지는 베이징캐피털실내빙상장의 빙질을 체크하며 실전을 준비하고 있다.

5일 혼성계주에서 메달에 도전하는 한국 선수들의 생각은 각기 달랐다. 김아랑(고양시청)은 “그만큼 속도가 잘 나는 빙질이다. 넘어지지 않고 제어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고, 이유빈(연세대)은 “지금은 얼음이 다소 강한 느낌이다. 힘 있는 스케이팅을 하는 외국 선수들의 경우에는 코너를 돌기 전에 날이 빠지는 느낌도 있다”고 설명했다.

황대헌(강원도청)은 “여러 빙질을 경험했다. 얼음의 성질이 매일 달라질 수 있으니 변화를 감지하고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지금은 얼음에 그립감이 없는 듯한데, 꾸준히 훈련하며 유연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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