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L 추춘제 도입, ‘오일머니’ 서아시아가 다시 꿈틀 [남장현의 피버피치]

입력 2022-03-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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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제 K리그 팀들이 아시아 클럽무대 왕좌에 오르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 같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 상당히 큰 변화가 생기면서다.

AFC는 최근 회원국들에 변경된 대회 방식을 공지했다. 유럽축구계의 통상적인 시즌처럼 가을 무렵 대회를 시작해 이듬해 봄 우승팀을 가리는 ‘추춘제’ 시스템으로 전환된다. 현행 ACL은 연도를 달리하지 않고 당해년도 봄에 조별리그를 시작해 늦가을에 결승전을 치르는 ‘춘추제’ 형태였으나, 당장 2023~2024시즌부터 포맷이 바뀐다.

이미 예고된 사항이다. 지난해 11월 셰이크 살만 빈 이브라힘 알 칼리파 AFC 회장은 AFC 집행위원회를 통해 ACL과 하위 개념의 대회인 AFC컵을 ‘추춘제’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완전히 낯설진 않다. ACL은 원년 대회를 2002~2003시즌 형식으로 치렀다. 그런데 당시 유행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여파로 대회 종료시기가 2003년 늦가을로 미뤄지면서 다음 일정까지 전부 꼬였고, 결국 AFC는 2004년 제2회 대회를 기점으로 현행 체제를 유지해왔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변화를 공표한 시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종식되지 않은 시기라는 점이 흥미롭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일단 대회 시스템 변경 배경에 대한 AFC의 설명은 거창하다. 이적시장을 대다수 유럽리그와 맞추면서 아시아 상위 클럽들이 출중한 선수와 감독을 영입할 좋은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K리그, 일본 J리그 등 동아시아 클럽들에는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 직면한다. 춘추제 시스템에선 조별리그에서 천천히 리듬을 끌어올린 뒤 토너먼트부터 온전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정반대로 시즌을 운영해야 한다. 각 팀은 긴 시즌을 치르느라 지쳐가는 시기에 조별리그를 소화하고, 100% 컨디션이 아닐 때 단판 토너먼트에 임하게 돼 시즌 운영이 한층 어려워진다.

당연히 추춘제는 서아시아, 특히 중동 클럽들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월드컵 호황을 누리는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중동리그가 유럽처럼 진행되고 있어 적응도 필요 없다. 반면 K리그는 겨울이 혹독해 사실상 지금의 춘추제를 포기하기 어렵다.

일각에선 ‘오일머니’의 영향력이 재확인된 결과로 본다. 중동은 많은 자금을 투자하고 꾸준히 국제대회를 개최할 만큼 재정적 여유가 있다. 한국 기업들이 일찌감치 주요 AFC 스폰서십에서 발을 뺐고, 일본도 점차 규모를 줄여가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돈을 아끼지 않던 중국마저 ‘정상화(?)’ 조짐을 보이고 있어 AFC로선 중동에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다. 끊임없이 불리하게 바뀌는 환경 속에서 K리그의 생존전략이 궁금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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