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외국인 감독, 그리고 연속 통합우승 도전 [V리그]

입력 2022-03-27 14:5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크게보기


외국인 감독을 데려오는 주요 배경은 ‘선진 시스템’과 ‘공정 경쟁’이다. 타성에 젖은 지도력은 한계가 뻔하다.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선입견 없이 최고 기량을 가진 선수를 선발하고, 컨디션이 가장 좋은 선수를 경기에 투입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 한국축구를 월드컵 4강에 올려놓은 거스 히딩크 감독(네덜란드)이 대표적이다.

V리그 남자부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인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이탈리아)도 공정 경쟁을 유도하며 2020~2021시즌 대한항공을 통합 우승으로 이끌었다. 대한항공은 선진 시스템을 통해 선수단에 변화를 모색하기 위해 산틸리 감독을 영입했는데, 그야말로 ‘잭팟’을 터뜨렸다. 다혈질 성격으로 간혹 구설에 오르기도 했지만, 강력한 카리스마는 물론이고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고 선수단 전체를 고르게 활용해 창단 후 첫 통합 우승에 성공했다.

대한항공은 이번 시즌 또 한번 외국인 감독을 영입했다. 핀란드 출신의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이다. 눈길을 끈 것은 그의 나이다. 1987년생으로, 올해 만 35세다. 한선수, 유광우 등 1985년생인 선수들보다 두 살이나 어린 역대 V리그 최연소 감독이다. 부상으로 조기에 현역에서 은퇴한 뒤 23세였던 2010년 지도자생활을 시작한 그는 2017년부터 일본 나고야 울프독스에서 4년 간 아시아 배구를 접하며 시야를 넓혔다.


나이는 상관없었다. 역할이 중요할 뿐이었다. 또 열정만큼은 최고였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선수들을 고르게 활용하며 부임 첫 해 리그 1위라는 성과를 냈다. 대한항공이 리그 1위에 오른 것은 통산 5번째다.

물론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정지석이 불미스러운 일로 전열에서 이탈하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1라운드는 2승4패로 부진했다. 2라운드 4승2패로 반등에 성공한 뒤 3라운드 5승1패로 상승세를 탔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특정 선수에 의존하는 전술은 없었다. 누구나 선발로 나설 수 있는 분위기 속에서 선수들 스스로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었다.

시즌 내내 뚜렷한 약점을 노출하지 않았고, 기복 없는 경기력을 보여준 대한항공은 리그 1경기를 남겨두고 승점 68(23승12패)로 우승을 확정했다. 외국인 감독 영입으로 연속 챔프전에 직행한 대한항공은 2년 연속 통합 우승을 노린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10개월 간 함께 하면서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됐다. 이 팀은 미래가 밝고 잠재력이 많은 팀이다. 서로를 잘 이해한다는 부분에서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챔프전 휘슬이 울리는 순간까지 열심히 준비하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남자부 챔피언결정전은 내달 5일부터 3전2승제로 열린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