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본능’ 손흥민, 한국축구의 리더는 멈추지 않아…그 시절, 박지성처럼

입력 2022-03-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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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대표팀 손흥민. 스포츠동아DB

한국 축구대표팀 손흥민. 스포츠동아DB

‘손세이셔널’ 손흥민(토트넘)이 번뜩이자 철옹성과 같던 이란도 결국 허물어졌다. 2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9차전 홈경기에서 손흥민은 전반 추가시간(47분) 선제 결승골을 뽑아 한국의 2-0 완승을 이끌었다. 일찌감치 10회 연속, 통산 11번째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가운데 7승2무, 승점 23을 쌓아 조 선두로 올라선 한국은 모든 것을 얻었다.

무엇보다 질긴 악연을 끊었다는 점이 짜릿하다. 11년, 8경기 만에 이란을 꺾고 상대전적 10승10무13패를 만든 한국은 홈 무패행진도 20경기(16승4무)로 늘렸다. 또 2018년 하반기 지휘봉을 잡은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은 42번째 A매치에서 28승(10무4패)을 올려 역대 한국 사령탑 최다승의 주인공이 됐다.

주장 완장을 찬 손흥민의 ‘에이스 본능’이 돋보였다. 지난해 10월 테헤란 원정에서도 득점포를 가동했다. 이란전 연속 득점은 2010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당시 캡틴 박지성(은퇴) 이후 그가 처음이다. 박지성은 2009년 2월 테헤란 원정과 6월 홈경기에서 1골씩 터트렸다.

손흥민은 이번 최종예선 득점왕도 바라본다. 이란에 2골, 이라크와 시리아에 1골씩 뽑아낸 그는 메흐디 타레미(이란), 이토 준야(일본), 우레이(중국)와 함께 득점 공동선두에 올라있다. 29일 오후 10시45분(한국시간) 두바이에 벌어질 아랍에미리트(UAE)와 최종예선 최종전(10차전)에서 다시 득점포를 가동하면 아시아 최고 골잡이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손흥민의 화끈한 골로 승점 3을 보태 조 1위를 확정하는 것이 ‘벤투호’가 그리는 최상의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역대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한국 선수가 득점 1위를 차지한 것은 흔치 않다.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에서 3골씩 넣은 박지성, 이근호(대구FC)가 자바드 네쿠남(이란) 등과 함께 공동 1위에 오른 것이 가장 최근이다.

아울러 A매치 97경기에서 31골을 뽑은 손흥민이 UAE 원정경기에서 2골을 추가한다면 한국선수의 역대 A매치 득점 순위에서 2위 이동국(은퇴·33골)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최다 득점자는 58골의 차범근 전 감독이다.

손흥민은 단순히 실력만으로 돋보이는 게 아니다. 리더십도 한층 성숙해졌다. 눈물도 많고 감정에 충실한 젊은 리더는 팀을 더욱 단단하게 뭉치도록 만들었다. 동료들을 챙기고, 때로는 관중까지 독려하며 그라운드를 긍정의 에너지로 채우고 있다.

벤투 감독 부임 이후 대표팀 주장으로 헌신해온 손흥민은 이란전을 마친 뒤 “(박)지성이 형이 잘한 만큼 나도 (주장으로서) 팀을 잘 이끌고 싶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멈춤 없이 질주하는 한국축구의 리더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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