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기·김지원·손석구·이엘, 있을 법해 속터지는 美친 연기 (나의 해방일지) [종합]

입력 2022-04-20 16: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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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기, 김지원, 손석구, 이엘이 속은 터지지만, 어딘가에 있을 법한 캐릭터를 오롯이 담아낸다.

JTBC 토일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연출 김석윤, 극본 박해영)가 지극히 평범한 삶에서 오는 무료함과 답답함, 제 삶에 불만 가득한 캐릭터들 이야기를 오롯이 담아내는 중이다. 제 삶이 답답해하며 한 번쯤 꿈꿀 변화를 이야기한다.

그 중심에는 현실 어딘가에 존재할 법한 염씨 삼 남매가 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조용한 산포마을. 나고 자란 동네를 닮은 듯 삼 남매의 일상도 겉으로는 문제 없이 고요해 보였다. 그러나 이들의 내면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요동치고 있었다.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삶,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삶 속에서 염창희(이민기 분), 염미정(김지원 분), 염기정(이엘 분) 삼 남매는 알 수 없는 공허함을 느꼈다. “난 한 번도 채워진 적 없어”라는 염미정의 대사는 이들의 삶을 관통하는 메시지였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삶을 그저 견뎌내고 있는 이가 있었다. 어느 날 산포마을에 찾아와 눌러앉은 미스터리 외지인 구씨(손석구 분)였다.
‘나의 해방일지’는 각 인물 외적인 갈등보다 내면의 목소리를 담는다. 우월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지질하고 못나고 자존감 낮은 삼 남매 그리고 수상하기만 한 구씨. 이들을 연기하는 이민기, 김지원, 손석구, 이엘은 못난 캐릭터에 오롯이 녹아들고 있다.
먼저 이민기는 계획 없는 삶을 계획 삼아 살아가는 둘째 ‘염창희’로 분한다. 아버지에겐 도무지 신뢰를 얻지 못하는 철부지 아들, 누나에게는 매일 싸움 상대가 되는 남동생, 동시에 앞날은 깜깜해도 성실히 하루하루 버티는 청춘이 바로 염창희다. 이민기는 이런 염창희 특징을 잘 살려내고 있다. 평범하고 시끄럽지만, 한편으론 미워할 수 없는, 인간적인 매력으로 충만한 캐릭터를 완성해 나가는 중이다.
김지원은 조용하지만, 묵직한 한 방을 가진 자존감 낮은 ‘염미정’ 캐릭터를 연기한다. 염미정은 사람들 사이에서 언제나 겉도는 ‘주변인’이자, 살아가는 이유를 찾지 못하는 인물. 속마음이 담긴 내레이션과 대사는 자존감 낮은 이들에게 공감을 선사한다. “모든 관계가 노동이다”, “우리 다 행복했으면 좋겠어. 쨍하고 햇볕 난 것처럼, 구겨진 것 하나 없이”, “해방되고 싶다. 어디에 갇혔는지 모르겠는데, 꼭 갇힌 것 같다” 등은 말은 자존감 낮은 여성 염미정을 동정하고 연민하는 이들에게 공감을 안겨준다.

그리고 이런 염미정 감성을 세밀하게 그리는 김지원 열연이 눈에 띈다. 해방을 시작한 염미정, 그리고 이를 연기로 담아내는 김지원 활약이 주목된다.
손석구는 미스터리한 외지인 ‘구씨’를 매력적이게 소화하고 있다. 말 한마디 없이도 신경 쓰이게 만들고, 사연을 품은 듯한 눈빛으로 호기심을 더했다. 염미정과 부딪치면서 조금씩 달라져 가는 구씨 모습은 앞으로의 전개를 궁금하게 한다. 그중에서도 지난 4회에서는 마침내 구씨가 자신의 방식으로 염미정을 ‘추앙’하기 시작한다. 염미정을 위해 날아오른 구씨 모습은 인상적이다. 추앙을 희망하는 이 시대 자존감 낮은 이들에게 구씨는 희망적인 존재일지 모른다. 어딘가에 있을 구씨를 찾아나설 자존감 결여 인생에게 위로를 전한다. 이런 구씨를 연기하는 손석구 활약은 기대된다.
이엘은 사랑 없는 인생을 밀어버리고 싶은 첫째 ‘염기정’으로 스며든다. 감정에 솔직한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 염기정을 현실적으로 완성하는 중이다. 싱글 대디 조태훈(이기우 분)에게 예상치 못하게 설레는 염기정 모습은 웃음 포인트다. 동생들과 티격태격하는 모습 역시 현실적인 남매 모습을 보여준다. 제 감정에 솔직하다 못해 한심스럽기까지 한 염기정이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수 있지 주목된다. 이 과정에서 이엘의 연기는 어떻게 빛날지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어딘가에 있을 법하다 못해, 있으면 속이 터지리 것 같은 캐릭터들 면면이다. 그리고 이들을 오롯이 연기하는 배우들 활약은 기대 이상이다. 대체 경기도 수원 어딘가 산포는 어느 곳이길래 삼 남매는 이 지경이 됐을까. 그리고 한없이 자존감 낮은 염미정은 어떻게 해방 꿈을 이룰까. 자신이 가둔 제 삶의 굴레를 이제는 벗어 던지겠다는 의지로 시작된 삼 남매의 ‘해방일지’ 그리고 구씨 활약은 앞으로의 회차에서 오롯이 담길 예정이다.

그리고 작품 끝에 오는 시청자들이 느끼는 해방감은 무엇일지 주목된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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