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침묵하지 않는다” [이승미 기자의 여기는 칸]

입력 2022-05-26 16: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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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영화는 폭력과 전쟁에 침묵하지 않는다.”

제75회 칸 국제영화제가 러시아의 침공으로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며 평화를 외쳤다. 곳곳에서 우크라이나를 응원하는 퍼포먼스 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제작사들은 자사 콘텐츠를 알리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칸 국제영화제는 18일(이하 한국시간) 개막식에서부터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화상으로 연결해 반전 메시지를 전했다. 코미디언이자 배우 출신인 젤렌스키 대통령은 “대규모 전쟁으로 매일 수백 명이 죽어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찰리 채플린의 영화 ‘위대한 독재자’를 언급하며 “영화는 침묵하면 안 된다. 우리 시대에 영화가 침묵하고 있지 않다는 걸 증명할 새로운 채플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칸 국제영화제는 올해 러시아를 보이콧했다. 다만 러시아의 반정부 인사로 알려진 키릴 세레브렌니코 감독은 신작 ‘차이코프스키의 아내’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그는 2018년 유태오 주연 ‘레토’로 칸의 초청을 받았지만, 당시 러시아 정부로부터 가택 연금조치를 당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출신 감독의 작품을 여럿 초청해 선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25일 스페셜 스크리닝 부문에서 선보인 세르게이 로즈니차 감독의 다큐멘터리 ‘파괴의 자연사’가 눈길을 끌었다. 2차 세계대전의 피해를 다룬 다큐멘터리는 현재 우크라이나 상황을 떠올리게 했다. 우크라이나 신인감독 막심 나코넥니의 ‘버터플라이 비전’도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26일 ‘버터플라이 비전’의 공식 상영에도 우크라이나 영화 관계자들이 대거 레드카펫에 올라 전쟁의 비극을 경고했다.

이들은 칸 필름마켓에서도 자국의 영화를 알리는 데 애쓰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대표 제작사로 알려진 UA의 애니메이션 ‘마브카’가 해외 바이어들의 관심을 모았다. 인간과 사랑에 빠진 숲의 정령 이야기로, 미국을 비롯해 스웨덴, 노르웨이 등에 판매됐다. UA의 카테리나 나호르나 국제영업 담당은 “전쟁 이후 직원들이 집과 폭탄 대피소, 지하실 등에서 계속 근무했다. 일부는 유럽으로 이동해 원격으로 근무를 이어갔다”며 “전 세계 사람들이 우크라이나 콘텐츠의 가치를 보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앞서 21일에는 조지 밀러 감독의 영화 ‘삼천년의 갈망’의 공식 상영에 앞서 한 여성이 우크라이나 국기를 상징하는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보디페인팅한 채 레드카펫에 뛰어들었다. 우크라이나 여성에 대한 러시아군의 성범죄를 비난하는 ‘우리를 강간하지 말라(STOP RAPING US)’는 문구도 몸에 새겨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칸(프랑스) |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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