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미 기자의 여기는 칸]송강호·강동원 “고레에다 감독, 거장이라 불리는 이유 확인했다”

입력 2022-05-28 14:16: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송강호. 사진제공| CJ ENM

배우 송강호와 강동원이 2010년 개봉작 ‘의형제’ 이후 12년 만에 다시 한 작품에서 만났다. 제 7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황금종려상을 노리는 일본 거장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연출한 ‘브로커’를 통해서다.

‘의형제’에서 국정원 요원과 남파공작원으로 만나 대립각을 세우던 두 사람은 이번 영화에서는 한 배를 탄 파트너로 호흡을 맞췄다. 송강호는 돈을 받고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이의 양부모를 찾아주는 ‘아기 브로커’ 역을, 강동원의 그의 파트너를 연기했다.

27일(한국시간) 월드프리미어를 통해 첫 공개 이후 칸의 한 호텔에서 만난 두 사람은 연기 호흡에 대한 질문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고 입을 모았다. “원래 강호 형과 내가 유머 코드가 좋다. 코미디 호흡이 잘 맞는다”는 강동원의 말에 송강호는 “절대 아니다. 강동원은 썰렁하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리면서도 이내 “저 친구가 생긴 거는 저런데도 굉장히 시골 청년처럼 소박하다. 저렇게 잘생긴 배우는 노력도 안할 것 같은데, 저 친구는 연습도 엄청나게 한다”고 따스하게 덧붙였다.

○송강호 “8번을 와도 언제나 긴장 되는 칸”

2006년 주연작 봉준호 감독의 ‘괴물’로 칸을 찾은 이후 올해까지 무려 8번이나 칸의 초청을 받은 송강호는 칸 첫 입성에 긴장한 후배들을 위해 월드프리미어를 앞두고 “긴장하지 말고 편하게 입장해라”고 귀띔했다.

“물론 제가 방문한 횟수가 많으니까 올해 처음 온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긴 했지만 칸은 저에게도 여전히 긴장되는 무대에요. 아마 백번을 초청 받아도 그럴 거예요. 유명 할리우드 스타들도 마찬가지 일거라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 영화인들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곳이니까요.”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 호흡을 맞춘 아이유와 이주영의 연기를 보고 놀라웠다. 특히 거의 모든 신을 함께 촬영했던 아이유의 집중력과 태도에 감탄했다. 현장에서 직접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이유도 그 때문이다.

“아이유 씨가 옥상에서 배두나, 이주영 두 명의 형사와 취조 아닌 취조를 당하고 몸싸움을 당하는 신이 있었어요. 저는 등장하지 않는 장면인데 다음날 촬영을 가니 모든 스태프들이 칭찬을 하더라고요. 촬영한 걸 보니 정말 너무 잘하더라고요. 캐릭터가 가진 반항심과 모성애가 절묘하면서도 정확하게 점철돼 있었죠.”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등 국내 최고 거장 감독들뿐만 아니라 일본을 대표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와도 호흡을 맞추면서 “거장들의 공통점”을 느꼈다.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음에도 배우들의 창의력을 적극적으로 존중”해준다는 것이었다.

“고레에다 감독님만의 특징도 있죠. 감독님은 완벽한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촬영을 시작하시는게 아니라 촬영을 하면서 배우들과 소통하며 끊임없이 시나리오를 수정하고 이야기를 만들어나가시죠. 얼핏 보면 완성된 대본을 가지고 연기하는 게 마음이 편할 수도 있지만, 고레에다 감독님의 작업 방식은 배우들의 연기를 더욱 자유롭게 해주죠.”
한국 콘텐츠의 부흥기의 시작인 ‘기생충’의 주역인 그는 “문화뿐만 아니라 정치 문화 경제 모든 측면에서 역동적인 한국이야 말로 절대 한 자리에 머무르지 않는 늘 새로운 콘텐츠를 창조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오늘 포토콜 촬영을 할 때 티에리 프리모 집행위원장께서 제게 ‘한국 콘텐츠가 압도적’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어요. 봉준호 감독은 어제 레드카펫 사진을 보고 ‘너무 멋있다’며 메시지를 보냈더라고요. 지금 런던에서 쌍코피 터져가며 촬영하고 있대요. 하하.”

강동원. 사진제공| CJ ENM

○강동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 거장인 이유 깨달아”

주연작 ’반도’가 2020년 칸 초청작으로 선정됐지만 펜데믹으로 영화제의 오프라인 개최가 무산되면서 칸을 찾지 못했던 강동원은 ‘브로커’로 드디어 ‘진짜’ 칸의 초청을 받게 됐다. 2018년 할리우드 영화 ‘쓰나미 LA’ 촬영 당시 칸의 제안으로 개막식 레드카펫에 섰었지만 작품으로 초청 받아 참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반도’ 때 오지 못해서 이번에 오니 더욱 좋아요. 부집행위원장인 크리스티안 존이 이번에 저를 보더니 ‘드디어 경쟁으로 왔네?’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내가 온다고 했잖아!’”

고레에다 감독과 함께 하며 “그가 거장인 이유”를 깨닫게 됐다. “사건을 바라보는 남들과 다른 시선”을 가지고 있다는 걸 확실히 느꼈다.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방법” 역시 평범하지 않았다.

“가장 좋았던 건 굉장히 빨리 찍으신 다는 것이었어요. 본인이 마음에 드는 컷이 나왔으면 그냥 단 한 번에 오케이 하고 바로 다음 것으로 넘어가시죠. 감독님은 본인을 ‘인디영화 감독’이라고 소개하시는데, 아무래도 저는 장르 영화를 주로 해 와서 그런지 그렇게 빨리 촬영하는 게 신기했어요. 그리고 촬영할 때도 모니터를 보지 않고 카메라 옆에서 배우들의 연기를 직접 보시죠. 그것도 새로웠어요.”

어린 아이들과 호흡을 맞추는 장면이 많았던 그는 촬영에서 아역 연기자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배우였다. 함께 했던 모든 배우들이 그렇게 입을 모았다. “모든 어린 아역 배우들에게 촬영이 최고의 추억이 됐으면 한다”는 강동원의 바람이 행동으로 묻어났기 때문이다.

“저는 아역 배우들이 현장에서 스트레스 받는 게 너무너무 싫어요. 최대한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요. 사실 저는 아이들이 이렇게 고된 현장에서 연기를 하는 게 맞나 싶기도 해요. 그래서 그런지 더욱 자연스럽게 대해주고 싶었어요. 현장이 놀이터 같아야 아이들이 긴장도 덜 하니까요.”

보육원 출신인 인물을 연기하며 “실제로 보육원 출신인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며 그들의 아픔과 슬픔을 헤아리려 애썼다. 특히 나이가 지긋하신 보육원 출신 신부님과의 대화가 깊게 마음에 남았다.

“신부님과 밥도 먹고 술도 한잔 하면서 이야기를 나눴었어요. ‘어머니가 아직도 보고 싶으시냐’고 조심스레 여쭈어 보았더니 ‘지금은 더 이상 보고 싶다는 감정이 남아있지 않는다. 다만 죽기 전에 딱 한 번만 어머니의 얼굴을 보고 싶다’라고 답하셨어요. 그 이야기를 들으니 제가 연기하는 인물의 마음도 이해가 됐고, 그 신부님의 마음을 담아 연기하려고 노력했어요.”

칸(프랑스)|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