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지 정사=선정적+개연성 상실, ‘이브’ 일일극인가요? [종합]

입력 2022-06-02 09: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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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극에서나 볼 법한 전개와 수위가 펼쳐졌다. 1일 방송된 tvN 수목드라마 ‘이브’(연출 박봉섭 극본 윤영미) 이야기다.

‘이브’ 1회에서는 ‘복수 타깃’ 강윤겸(박병은 분)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한 이라엘(서예지 분) 모습이 그려졌다.

스캔들에 휩싸인 윤겸 모습으로 시작된 이날 방송. 기업 LY의 최고 경영자인 윤겸은 누적 수출액 1100억 달러 달성 기념 축사를 하던 도중 ‘내연녀 스캔들’이 터지며 세간의 이목을 받게 됐지만, 아무런 해명없이 행사장을 떠났다. 그 길로 라엘에게 향한 윤겸은 그녀를 소중하고 간절하게 품에 안아 애절한 마음을 느끼게 했다. 반면 라엘은 감정을 알 수 없는 눈빛을 내비쳤다. 동시에 남편 윤겸 스캔들이 터지자 분노하는 소라(유선 분), 걱정 가득한 은평(이상엽 분)이 흔히 일일극에서 보여주는 복수 서사 시작을 알렸다.

그리고는 극 이야기는 3개월 전, 상위 0.1%만이 다닐 수 있는 리얀 유치원 입학식 당일로 거슬러 올라갔다.
윤겸은 아내 소라가 옆에 있음에도 애정 어린 시선 한번 주지 않은 채 그저 공허한 표정으로 축하 공연을 보며 자리를 지킬 뿐이었다. 그 순간 반도네온 연주와 함께 무대 위로 걸어 나온 라엘은 격정적인 탱고 선율에 맞춰 강렬하고 유혹적인 탱고 무대를 선보였다. 윤겸은 라엘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도발하는 라엘 눈빛, 그런 라엘에게 시선을 떼지 못하는 윤겸의모습이 교차됐다. 이후 윤겸 시선은 자연스럽게 라엘에게 향하면서도 경계심을 내비쳤다. 윤겸과 라엘 남편 장진욱(이하율 분)은 서로 아는 사이다. 그런 점에서 라엘이 진욱을 복수에 이용했는지도 주목되는 대목.
또한 라엘이 ‘복수를 위한 인간 병기’로 거듭나게 된 과거가 드러났다. 13년 전 국정원 소속이었던 김정철(정해균 분)은 기업 제딕스를 차지하고자 하는 국무총리 한판로(전국환 분)의 지시로 제딕스 사장이었던 라엘 부친 이태준(조덕현 분)에게 산업 스파이였다는 거짓 진술을 받아내고자 했다. 하지만 태준은 끝까지 저항했고 결국 계속된 구타로 사망하고 말았다. 이런 가운데 부친 죽음을 모두 지켜본 라엘은 당시 인권 변호사였던 은평 도움으로 미국으로 떠나게 된다. 그리고는 “어느 날 저들의 불행이 떠들썩하게 알려지면 저를 떠올려주세요. 갚아줄 거거든요. 10배로”라며 분노한다. 이후 라엘은 은평과의 연락조차 끊은 채 치밀하게 복수를 설계해왔고, 13년의 설계 끝에 한판로의 사위인 윤겸을 타깃으로 복수를 시작한다.
엔딩도 선정적이고 자극적이었다. 유치원 입학식 당일 라엘은 철저하게 계산된 움직임으로 윤겸을 스쳐 지나가고, 그가 보는 앞에 팔찌를 떨어뜨리며 의도적으로 윤겸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이에 윤겸은 떨어진 팔찌를 건네 주고자 라엘을 따라갔고, 여성공연자 전용대기실의 열린 문틈 사이로 라엘 부부 정사를 훔쳐보게 됐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라엘 설계였고, 놀란 기색 하나 없이 윤겸과 눈을 맞춘 채 정사를 나누는 라엘 모습이 작품 수준을 드러냈다. 뿐만 아니라 방송 말미 “높은 계층에 속한 당신들의 삶, 가까이 가기엔 멀지만 지름길로 안내할 열쇠는 당신의 마음. 손에 쥐는 순간 나를 태우던 지옥 불에 너희 모두를 끌고 들어 가리라”라는 내레이션을 통해 복수하는 여자의 상황을 애써 설명했다.
‘이브’는 첫 방송부터 자극적인 설정과 선정적인 장면, 복수 빼면 없는 개연성을 빌미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서예지 복귀작이라는 점에서 크게 주목받았지만, 막방 첫 회 방송은 자극적인 상황과 설정만 가득하다. 복수라는 흔한 소재를 바탕으로 밀도 있는 상황 연출보다 자극에 집중한 듯하다. 일일극에서 볼법한 장면 넘어가기는 극 흐름 개연성이 부족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자극적인 이야기 덕에 첫 회 시청률은 비교적 높다. 전국 가구 기준 평균 3.6%, 최고 4.4%, 수도권 가구 기준 평균 3.3%, 최고 3.8%를 기록했다. (케이블, IPTV, 위성 통합한 유료플랫폼 기준/ 닐슨코리아 제공)
하지만 tvN과 제작진은 이런 성적표에 웃어야 할까. 일일극은 원래 시청률이 높다. 이제 첫 회 방송인데 ‘이브’는 일일극과 견주어도 손색을 없을 압축 복수극이라는 평가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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