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서진용. 스포츠동아DB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서진용(30) 덕분이다. 그는 김택형이 이탈하기 전까지 19경기에서 1승무패11홀드, ERA 2.95, WHIP 1.15를 기록한 필승조의 일원이었다. 5월 17일부터는 8경기에서 2승무패5세이브, ERA 0.87, WHIP 0.58을 기록했다. 이 기간 블론세이브를 한 차례 남겼지만, SSG는 그가 등판한 날 전승을 거뒀다.
리그 최고 수준의 활약이다. KBO 기록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불펜투수를 효율적으로 평가하는 지표 중 하나인 WPA(승리확률기여합산·1일 기준)가 2.46에 이른다. 10개 구단의 마무리를 포함한 전체 불펜투수들 중 1위다. 선발투수까지 범위를 넓혀도 드류 루친스키(NC 다이노스·3.15), 윌머 폰트(2.58), 김광현(이상 SSG·2.54)에 이은 4위다.
예년보다 공격적으로 투구한 영향이 크다. 스트라이크 비율은 지난해 59.4%에서 65%로 올랐다. 김 감독은 “(서)진용이는 제구력이 나쁜 투수가 아니다. 이전에는 타자를 어렵게 상대하려던 영향이 컸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 있게 투구하는 모습이 돋보인다. 결과가 나오면서 자신감도 더욱 느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서진용은 “마운드에서 생각이 많으면 투구 템포가 느려진다. 이제는 포수 사인을 확인하면 바로 던진다”고 밝혔다.
지난해 SSG 불펜은 선발진의 붕괴로 등판 상황이 들쑥날쑥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선발진이 제 몫을 한다. 서진용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그는 “매 경기 늘 8회 2사 후 정도에는 나갈 수 있는 몸을 만들어놓는다”며 “마무리투수를 맡고 마음가짐이 달라지진 않았지만 지금 투구 밸런스가 좋다. 나를 믿고 던진 것뿐이다. (김택형이 복귀해도) 어느 위치든 욕심내지 않는다. 이 감각을 꾸준히 이어나가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커리어 하이’에 버금가는 흐름이다. 서진용은 2019년 72경기에서 3승1패4세이브33홀드, ERA 2.38, WHIP 1.19로 맹활약했다. 지금의 흐름이면 세이브, 홀드 중 적어도 하나는 30개를 넘길 기세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세이브-홀드 달성도 가능한 분위기다. 김 감독은 김택형의 복귀 이후 정상급 마무리투수 2명을 놓고 행복한 고민에 빠질 전망이다.
인천 |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