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3 황선홍호’, U-21 일본에 0-3 완패…‘예고된 참사’였나

입력 2022-06-14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역대 최악의 성적, 한·일전 0-3 완패. 말 그대로 ‘예견된 참사’였다.

황선홍 감독(54)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12일(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파흐타코르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일본과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0-3으로 완패했다. 2020년 대회에 이어 2연속 우승을 노리던 한국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조기에 탈락했다. 2014년 대회 창설 이후 4강에 오르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전반전부터 주도권을 완전히 내줬다. 일본은 전반 22분 스즈키 유이토의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뽑은 뒤 흐름을 잡았다. 후반 20분 호소야 마야가 추가골을 넣은 데 이어 스즈키가 후반 35분 승리에 쐐기를 박는 골까지 터트렸다. 골키퍼 민성준(인천 유나이티드)의 수차례 선방이 없었다면 간격은 더욱 벌어졌을 수도 있다.

선수단의 면면을 보면 ‘황선홍호’의 참패는 더욱 충격적이다. 한국은 당초 9월에 예정됐던 2022항저우아시안게임을 준비하던 멤버들이었다. 반면 일본은 2024파리올림픽을 바라보며 U-23 대회였음에도 21세 이하 선수들로 팀을 꾸렸다. 한국에도 이강인(발렌시아), 정상빈(그라스호퍼 클럽 취리히), 양현준(강원FC) 등 21~22세 선수들이 포진해있었지만, 지향점 자체가 다른 팀이었다.

준비과정을 뜯어보면 어느 정도 예견된 참사다. 2020도쿄올림픽을 끝으로 물러난 김학범 감독의 후임으로 지난해 9월 지휘봉을 잡은 황 감독은 부임 직후 싱가포르에서 벌어진 U-23 아시안컵 예선에 나섰다. 이 때 3경기를 소화한 뒤 본선이 열릴 때까지 실전은 없었다. 1월 서귀포, 3월 강릉 소집훈련 때도 평가전 상대를 구하지 못했다. 3월 참가할 예정이던 두바이컵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불참했다. 두바이컵부터 손발을 맞추며 조직력을 끌어올린 일본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한일전 참패의 가장 큰 책임은 황 감독에게 있다. 선수단 구성에 어려움이 있었고, 이탈자도 다수 발생했지만 이날 선발 라인업은 의문투성이였다. 조별리그에서 활약이 좋았던 조영욱(FC서울)이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고, 부담스러운 상대를 맞아 수비형 미드필더 없이 중원을 조합했다. 경기 후 황 감독은 “내 잘못이다. 조영욱이 K리그에서 많은 경기를 치르고 와서 회복이 덜 됐다고 생각했다. 경기를 길게 끌고 가려했던 것이 패착이었다”며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대한축구협회(KFA)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황 감독이 자신의 역량을 선수 지도에 집중시킬 수 있는 상황을 마련해주지 못했다. 황 감독은 소집 때마다 선수들의 소속팀 감독에게 직접 전화해 차출 협조를 구했다. A대표팀 대체 발탁 등의 이유로 함께하지 못하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서야 처음 대면한 선수도 있었다.

김판곤 전 위원장(현 말레이시아대표팀 감독)이 떠나 공석이던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에 위촉된 이용수 KFA 부회장은 기술파트를 맡자마자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아시안게임이 연기됐음에도 앞으로 행보에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승우 기자 raul1649@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