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백정현. 스포츠동아DB

삼성 백정현. 스포츠동아DB


삼성 라이온즈 좌완투수 백정현(35)은 2021년을 데뷔 후 최고의 시즌으로 장식했다. 27경기에서 14승5패, 평균자책점(ERA) 2.63의 성적을 거둔 뒤 4년 총액 38억 원의 프리에이전트(FA) 계약까지 맺었다. 데뷔 첫 두 자릿수 승리와 국내투수 ERA 1위라는 훈장은 FA 계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자연스레 올 시즌에도 선발진의 중심축을 이룰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백정현은 7일까지 올 시즌 13경기에서 승리 없이 9패, ERA 6.23의 깊은 부진에 빠져있다. 13경기 중 11경기에서 홈런을 허용했고, 18일간(5월 29일~6월 15일) 2군에 다녀오기도 했다. 복귀 직후 2경기에선 모두 6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ERA 4.38을 기록했으나 승리는 따라오지 않았고, 최근 2경기에선 ERA 5.63으로 무너졌다.

136.4㎞의 직구 평균구속은 지난해의 136.6㎞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지만, 장타 허용 빈도가 늘면서 투구 내용이 180도 달라졌다. 허삼영 삼성 감독도 5할대(0.540)에 이르는 백정현의 피장타율을 지적했다. 게다가 본인이 선발등판한 경기에서 팀이 2승11패(승률 0.154)로 부진하다보니 자신감을 회복하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지금의 성적을 단순히 부진으로만 치부하기도 어렵다. 운이 따르지 않은 측면도 있다. 절반이 넘는 7경기에서 6이닝 이상을 책임졌고,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4차례 작성한 사실까지 고려하면 ‘무승’은 분명 아쉽다. 다행히 2군행 이전 6.80이던 시즌 ERA를 1군 복귀 이후 6.23까지 끌어내린 점은 향후 기대요소다.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해선 최대한 빨리 첫 승을 거두는 게 필요하다. 자칫하면 1999년 쌍방울 레이더스 가내영(10패4홀드), 2011년 한화 이글스 호세 카페얀(11패), 2021년 한화 장시환(11패1홀드)에 이어 KBO리그 역대 4번째 ‘무승-두 자릿수 패배’ 투수라는 불명예를 안을 수도 있기에 더욱 그렇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