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지, 박병은과 유선, 전국환의 이혼 전쟁이 시작됐다.
6일 방송된 tvN 수목드라마 ‘이브’(연출 박봉섭 극본 윤영미) 11회에서는 강윤겸(박병은 분)이 한소라(유선 분)에게 이혼 소송을 시작한 가운데 윤겸을 향한 자신의 사랑을 인지하고 갈등에 휩싸인 이라엘(서예지 분)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라엘은 윤겸의 이혼 결심을 들은 뒤, 복수를 서두르기 시작했다. 서은평(이상엽 분)을 만난 라엘은 친부의 회사 제딕스를 넘긴 내부자 계약서를 전하며 윤겸의 금고에 있는 계약서 원본을 확보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어 복수 동반자 장문희(이일화 분)에게 “난 엄마(죽음) 진실을 알아야겠고, 한소라가 죽는 꼴 봐야겠어요. 내 신분 오픈하면 같이 죽는 거예요”라며 언론 플레이를 중지 요청했다.
그런 가운데 윤겸은 복수심 가득한 라엘의 움직임은 알지 못한 채 그녀를 향한 지독한 사랑의 깊이를 더해갔다. 윤겸은 “당신이 날 치유해준 것처럼 이제는 내가 당신을 치유하기 위해 노력하고 싶어”라며 반도네온 연주를 들려줬다. 라엘은 그런 윤겸의 진심에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보였다.
이후 라엘은 자신의 친부를 살해 사주한 소라의 부친 한판로(전국환 분)를 뒤흔들며 복수에 박차를 가했다. 라엘은 유치원 원장 차에리사(이지하 분)에게 윤겸과의 동거 사실을 흘려 소라와 한판로에 귀에 들어가게 만든 뒤, 윤겸과 함께 사는 거처를 의도적으로 알렸다. 이에 한판로, 김정철(정해균 분)이 흉기를 들고 이들의 거처를 습격하며 분노를 터뜨려 경악을 유발했다. 더욱이 라엘은 자신과 윤겸의 불륜 찌라시가 터지며 세간이 떠들썩해지자 윤겸에게 내연녀의 설움을 토로한 한편, 뒤로는 서늘한 눈빛을 드러냈다.
그런 가운데 은평은 윤겸을 향한 라엘의 마음에 사랑이 시작됐음을 느껴 걱정을 지울 수 없었다. 이에 그는 “만약에 네가 진짜 강윤겸을 좋아한다면 너는 더할 나위 없는 고통에 빠지는 거야. 네가 그러지 않길 바라”라며 라엘이 마음을 다잡길 바랐다. 더욱이 은평은 한판로, 김정철이 라엘을 향한 분노를 표하자 “저한테 가족 같은 사람입니다. 혹여라도 힘든 일 겪게 되는 거 제가 용납치 못합니다”라고 단언, 그녀를 해하지 못하도록 압박을 가하며 조력을 이어갔다.
이윽고 한판로는 윤겸의 이혼 소송에 맞서 대한민국 역대 최대 규모의 이혼 소송을 선언하며 라엘, 윤겸과의 전면전을 선포해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이를 들은 라엘은 한판로의 이혼 소송이 불러올 화력을 이용해 기업 LY의 행각을 세상에 알리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은평은 “소송을 이용해 기업 LY가 제딕스 상속자인 네 것이라는 걸 입증할게”라며 라엘을 위한 행보를 예고해 한판로의 이혼 소송과 함께 휘몰아칠 파란을 예상하게 했다.
하지만 소라는 부친 한판로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남편 윤겸에 대한 집착을 더해갔다. 소라는 한판로의 이혼 소송에 동조하지 않은 채 비서에게 라엘을 잡아오라 지시하는가 하면, 대통령 내외와 찍은 사진을 보며 독기를 품은 눈빛을 보였다.
아울러 방송 말미 라엘이 윤겸에 대한 사랑과 복수심 사이에서 갈등했다. 라엘을 위해 성당 언약식을 준비한 윤겸은 “운명처럼 이끌려 당신을 만났어. 나와 닮은 모습에 미친 듯이 빠졌고, 날 알아주는 당신에게 나를 보여줄 수 있었어. 이제 당신 없이는 살수 없어. 사랑해”라며 평생의 사랑을 약속했다. 이에 마음이 혼란스러워진 라엘은 ‘마음이 복잡할 땐 제일 진실된 마음을 따라가라’고 했던 부친 말을 떠올리며, 자신을 사랑하는지 묻는 윤겸에게 긍정의 대답을 전했다.
하지만 이내 라엘은 극심한 괴리감에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무엇보다 엔딩에서는 ‘당신과의 만남이 지독한 원죄를 낳고 말았다. 내 손으로 사랑하는 남자를 죽이는 원죄’라는 내레이션과 함께 윤겸을 자신의 손으로 살해하고 울부짖는 라엘의 꿈 속 모습이 담겨, 그녀의 꿈이 무엇을 뜻하는 것일지 의미심장하게 연출했다.
너무 보이는 전개라서 헛웃음이 나온다는 반응이 지배적인 ‘이브’다. 가스라이팅과 복수 과정은 촌극에 가깝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수준의 스타일을 연출한 여주인공 라엘에게 반하는 남자 캐릭터들 정신세계가 궁금하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그런데도 이 작품은 이 황당한 전개를 이어간다. 일각에서는 이 모든 세계관이 졸작을 향하는 길인지 반문하다. 2022년에 나온 작품 수준이라는 점에서 믿을 수 없는 파국적인 전개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