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한류 불모지’ 인도, 케이콘텐츠 리메이크 바람

사진제공 | 스튜디오드래곤

자국 문화에 대한 국민적 애착이 강한 국가적 특성으로 한류 진입이 늦어 ‘한류의 불모지’라고 불렸던 인도에 몇 년 새 케이(K)콘텐츠 열풍이 뜨겁게 불고 있다. 현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방탄소년단 등 케이(K)팝과 한류 드라마 등을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리메이크하는 시도 또한 이어지고 있다.

2020년 방영된 이준기·문채원 주연의 tvN ‘악의 꽃’을 리메이크한 인도 드라마 ‘듀랑가’가 지난 달 18일 현지 최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지5’(ZEE5)를 통해 공개된 호평 속에 뜨거운 반응을 이끌고 있다. 공개 4주차에도 플랫폼 메인 페이지의 ‘베스트 시리즈’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 ‘듀랑가’는 한국 드라마를 현지서 리메이크한 첫 번째 작품이다. 시청자들은 세계 최대 규모의 영화·드라마 평점 사이트 IMDb에 “최고의 서스펜스 스릴러” “한번 보고 멈출 수가 없었다” “시즌2가 가장 기다려지는 드라마” 등의 호평을 남기며 평균 평점 8점(10점 만점)을 매겼고 현지 영자지 힌두스탄 타임스는 “강렬한 클라이맥스를 보여주는 드라마에 경의를 표할만 하다”고 호평했다.
이에 이어 손예진·정혜인 주연의 2018년 방영작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역시 인도서 리메이크 될 예정이다.
영화 ‘아저씨’와 ‘국제시장’을 각각 2016년 ‘록키 핸썸’, 2019년 ‘바라트’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했던 인도는 지난해 하정우 주연의 ‘더 테러 라이브’를 리메이크한 ‘다마카’를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지난해 11월 19일 공개했다. 당초 극장 개봉을 목표로 제작됐으나 감염증 여파로 글로벌 OTT로 방향을 돌린 영화는 오히려 글로벌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인기를 끌었다. 춤과 노래가 필수인 발리우드 영화 형식을 벗어난 몰입감 높은 스릴러라는 평을 받았다.
총 인구가 14억에 달할 뿐만 아니라 발리우드로 대표되는 거대한 규모의 영화 시장을 가진 인도 내 OTT 시장이 급속히 성자하면서 세계 주요 콘텐츠 제작사들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대표 글로벌 OTT 넷플릭스가 인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이유다.
특히 현재 약 280달러 규모로 추산되고 있는 인도의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시장이 2030년까지 1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 예측(2022년 인도방송정보부 발표)되고 있어 국내 제작사들도 한류 콘텐츠 IP 판매의 주요 국가로 인도를 눈 여겨 보고 있다.

인도 유명 영화평론가 마리샤 라케는 ‘악의 꽃’ 현지 리메이크작의 성공 사례를 예를 들며 “처음에는 한국 드라마의 리메이크작이라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이었으나 드라마를 보기 시작한 후 오프닝부터 빠져들었다”라며 “이 작품을 기점으로 인도 제작사들이 리메이크를 위해 한국 드라마를 더욱 찾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