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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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21·마요르카)이 끝내 팬들 앞에서 질주하지 못해 안타깝지만, 2022카타르월드컵에서 ‘원팀’으로 싸우기 위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축구국가대표팀의 카메룬과 평가전이 펼쳐진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메운 5만9000여 축구팬들은 후반 중반이 넘어가자 이강인의 이름을 연호했다. 한국축구의 차세대 에이스를 보고 싶어 하는 외침이었다. 그러나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포르투갈)은 자신의 선택을 바꾸지 않았다.

이강인은 2022~2023시즌 초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1골·3도움의 맹활약을 바탕으로 1년 6개월 만에 대표팀에 복귀했다. 그간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속도와 수비가담 문제도 상당히 개선돼 9월 A매치 출전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이강인에게 출전 기회를 주지 않았다. 팬들의 목소리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경기 후 그는 “팀에 어떤 것이 필요한지가 중요했다. 9월 2경기가 이강인이 출전하기에 좋은 순간이 아니라고 평가했다”고 냉정하게 밝혔다.

월드컵 본선까지 2개월 남은 시점에 특정 선수의 출전 여부에 지나친 관심이 쏠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간 벤투 감독은 이강인을 선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같은 포지션에 더 좋은 옵션이 있다”고 설명해왔다. 이번 소집 때는 뽑았지만, 끝내 경기에 내보내지 않은 데 대해 “기술적, 전술적 이유”가 있다고도 말했다. 카메룬전을 앞두고 “소속팀에서 잘 뛰어야 한다”는 ‘동문서답’으로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 가운데, 9월 2연전을 통해 이강인이 대표팀에 필수적 선수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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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한 팬들과 달리 이강인은 담담히 받아들였다. 카메룬전 이후 공동취재구역에서 그는 “대표팀에 다시 올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 됐다”며 “당연히 선수로서 뛰고 싶은 마음이 컸다. 아쉽지만 내가 선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벤투 감독의 주문대로 소속팀에서 활약을 다짐했다. “월드컵에 대한 동기부여가 있다. 소속팀에서 최고의 기량을 보여드리는 것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장 손흥민(토트넘)은 안타까움을 드러내면서도 팀을 먼저 생각했다. “어떤 말로 (이강인을) 위로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강인이만을 위한 팀이 되어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K리그에서 잘하는 선수들도 대표팀에서 뛰기 위해 왔는데 얼마나 아쉽겠나”라는 그의 말처럼 송범근(전북 현대), 김태환(울산 현대), 양현준(강원FC), 조유민(대전하나시티즌), 조영욱(FC서울) 등도 9월 2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이승우 기자 raul16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