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사실상 ‘기적’이다. 이달 초 마르세유(프랑스)와 2022~2023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최종전 원정경기에서 안와골절 부상을 입고 수술대에 올랐을 때만 해도 대표팀은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둬야 했다. 하지만 토트넘 구단의 빠른 대처와 헌신적 노력, 대표팀 차원의 철저한 관리와 선수 본인의 강한 의지가 더해져 예상보다 빨리 일어서게 됐다.
물론 정확한 컨디션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53·포르투갈)은 선수단 상태와 훈련 프로그램 등을 철저히 비밀에 부쳐왔다. 결전이 임박한 굉장히 예민한 시점이라 아주 작은 정보라도 외부로 노출되는 것을 극히 꺼리고 있다.
대표팀의 월드컵 전초기지인 도하 알에글라 트레이닝 사이트에서 매일 진행된 팀 훈련은 가벼운 스트레칭과 러닝 등으로 짜여진 초반 15분만 미디어에 공개된 만큼 정확한 상황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동료 선수들의 표정과 분위기를 통해 어느 정도 추측은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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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손흥민은 딱히 문제가 없는 분위기다. 점차 훈련강도를 높였음에도 토트넘이 특수 제작해준 안면보호 마스크를 착용한 그는 거의 모든 프로그램을 이상 없이 소화했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반가운 장면도 더해졌다. 결전을 사흘 앞둔 21일 훈련 과정에서 동갑내기 친구 손준호(산둥 타이샨)가 찬 볼이 날아오자 머리를 갖다댔다. 그 후에는 대표팀 동료가 던져준 볼을 헤더로 받아냈다.
물론 손흥민이 머리를 이용한 플레이를 즐기는 편은 아니다.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터트린 수많은 골의 대부분이 하체를 이용한 플레이에서 나왔다. 그래서 많은 축구인들은 손흥민이 마르세유전 도중 공중볼을 다투다 다친 장면을 두고두고 아쉬워했다.
다행히 걱정을 덜었다. 훈련 중 헤더를 시도했다는 사실은 딱히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는, 거의 정상에 가까운 몸이 됐다는 것을 암시한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준비는 끝났다. 가장 큰 꿈을 좇을 시간이다”라는 메시지를 통해 손흥민의 강한 의지도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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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훈련장에서 친구의 회복 과정을 지켜본 손준호는 “(손)흥민이가 계속 아프다고는 하는데 꾀병을 부리는 것 같다”며 “워낙 멘탈이 강한 선수라 경기에서는 부상을 잊고 뛸 것으로 본다. 머리로도 볼을 잘 받아냈다”고 긍정적 시그널을 보냈다.
손흥민의 출격은 대표팀 전력의 정상화를 의미한다. 묵직한 그의 존재감만으로도 상대는 엄청난 위협을, 동료들은 큰 힘을 느낀다. 조규성(24·전북 현대)은 “(손)흥민이 형이 월드컵이 얼마나 특별하고 소중한 무대인지 이야기해준다”고 밝혔다.
손흥민은 의미 있는 한 가지 기록에도 도전한다. 2014년 브라질대회(1골), 2018년 러시아대회(2골)에서 잇달아 득점포를 가동한 그는 최초의 월드컵 3경기 연속골과 최다골을 모두 노린다. 러시아대회에서 멕시코~독일을 상대로 골네트를 흔들었던 만큼 24일 우루과이전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려고 한다. 또 안정환, 박지성과 나란히 월드컵 개인통산 3골을 터트린 터라 1골만 보태면 역대 한국선수 최다득점자의 반열에 오른다. ‘월드클래스’ 손흥민이 우루과이전에서 최고의 인생게임을 펼칠 수 있기를 모두가 바란다.
도하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