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영.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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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전 브라질의 ‘월드클래스’ 미드필더진 앞에서 초라해졌던 정우영(33·알사드)이 자신만만하게 설욕을 준비 중이다.

한국과 브라질의 국가대표팀 평가전이 펼쳐진 6월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선 연신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 히샬리송(토트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레알 마드리드) 등 세계적 선수들의 수준 높은 플레이에 국내 축구팬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도 티아고 실바(첼시)와 경합을 이겨낸 뒤 멋진 골을 뽑은 황의조(올림피아코스)를 필두로 두려움 없이 맞서 싸운 태극전사들은 1-5로 패했음에도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중앙미드필더 정우영은 냉정한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카세미루~프레드(이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어진 브라질의 미드필더진과 힘 싸움에서 완전히 밀렸다. 강한 압박에 시달리며 잇달아 위기를 맞았다. 안정적 수비 커버와 경기 운영으로 2022카타르월드컵 본선 진출에 기여했으나, 세계적 수준의 상대 앞에선 한계를 드러냈다. 이후 치른 평가전에서도 불안감을 노출해 대회 본선을 앞두고 불안감은 점점 커졌다.

다행히 카타르월드컵이 개막하자 우려는 사라졌다. 정우영은 우루과이~가나~포르투갈과 조별리그(H조) 3경기에 모두 선발출전해 한국의 16강 진출에 기여했다. 경기장 곳곳을 누비는 왕성한 활동량으로 수비에 힘을 보탰고, 황인범(올림피아코스)과 호흡을 맞춰 중원을 장악했다.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이 ‘우리 스타일’을 잃지 않고 선전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3일(한국시간)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3차전 막판에는 부상으로 빠진 김영권(울산 현대) 대신 중앙수비수 위치에서 뛰며 상대 공격을 수차례 가로막았다.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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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으로 오른 16강에서 대표팀은 브라질과 다시 만난다. 6일 오전 4시 도하 974 스타디움에서 브라질과 16강전을 치른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이자,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다.

6개월 전에는 완패를 당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자신의 철학을 밀고나간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의 뚝심과 선수들을 향한 신뢰를 바탕으로 대표팀의 조직력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단판 토너먼트 승부인 만큼 객관적 전력차를 뛰어넘는 정신력도 중요하다. 정우영은 “우리가 원하는 축구를 조금이라도 보여줘서 자신감을 얻었다”며 “16강전부터는 정신력 싸움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승우 기자 raul16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