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모도 누군가의 어머니였다.
4일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슈룹’(극본 박바라 연출 김형식) 최종회에서는 과오를 반성한 국왕 이호(최원영 분)와 그렇지 못한 이들의 비극적인 말로를 보여주며 자식을 지키기 위해 궁중 암투에 맞선 중전 화령(김혜수 분)의 마지막 이야기가 그려졌다.
먼저 자식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다 왕실의 끔찍한 비밀과 마주한 중전 화령은 결국 이호를 설득해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았다. 태인세자 죽음을 목격하고 정통성에 대한 자격지심을 품고 살아온 이호를 오롯이 이해한 사람은 역시 화령이었다. 화령의 위로와 용기는 어머니인 대비(김해숙 분)로부터 받은 이호의 상처를 치유했고, 이호는 지난한 시간, 백성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던 것처럼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온 뒤 만면에 환한 웃음을 가득 품은 채 자식을 단속하러 달리는 화령 모습은 더없는 행복감으로 가득해 보였다. 또 어린 자식이 비를 맞지 않도록 우산을 씌워주던 화령이 어느새 훌쩍 커버린 자식에 의해 비를 피하고, 그런 그녀가 또 다른 이에게 사랑을 베푸는 모습으로 마무리됐다.

‘슈룹’은 자식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어머니 사랑을 우산의 순우리말인 슈룹에 빗대어 표현했다. 모양은 같아도 색은 형형색색인 우산처럼 극 중 어머니들의 사랑도 다양한 방식으로 펼쳐졌다. 화령이 어떠한 역경에도 돌파구를 찾아내는 현명한 사랑을 보여줬다면, 어떤 사랑은 결핍을 채우는 도구였다. 또 어떤 사랑은 더 큰 부와 권력을 향한 탐욕이었다. 이러한 욕심에 피해를 입는 것은 자식들이며 그 상처는 오롯이 어머니들 몫임을 보여줬다.
또 탐욕으로 시작된 비극은 결국 누군가의 복수심을 깨우고 희생을 불러낸다는 사실도 담아냈다. 죽은 태인세자 아우 이익현(김재범 분)을 통해서다.
이런 이야기를 사극이라는 시대적 배경 안에, 궁이라는 공간에 녹여낸 ‘슈룹’은 정통 사극과 결이 다른 느낌으로 재미를 선사했다. 조선시대라는 신분제라 지배하는 사회, 여성에게 엄격했던 시대적인 상황에서 벗어나 궁중 여인들이 어미로서 보일 수 있는 모성을 의미있게 그렸다는 점에서 ‘슈룹’에게 긍정적인 평가가 뒤따른다.
배우들 열연도 좋았다. 김혜수, 김해숙, 최원영, 옥자연, 권해효, 김승수 등이 주축이 되어 극의 안정감을 완성하고, 문상민, 강찬희 등의 어린 배우들이 극적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 결과 ‘슈룹’ 최종회는 자체 최고시청률을 기록했다. 수도권 가구 기준 평균 18.2%, 최고 20.1%를 기록, 전국 가구 기준도 평균 16.9%, 최고 18.8%를 각각 나태냈다. 또 한국갤럽이 최근 공개한 ‘11월 한국인이 좋아하는 TV프로그램’에서는 선호도 1위를 차지했다. CJ ENM이 발표하는 콘텐츠 영향력 지수 (CPI, CPI Powered by RACOI) 드라마 부문 4주 연속 1위에 올랐으며, 굿데이터 TV화제성 지수 4주 연속 1위 등 방송 내내 최상위 랭킹을 차지했다(2022년 10월 3주~11월 2주 기준). 더불어 tvN 공식 유튜브, SNS 등 디지털 누적 조회 수 1억 뷰 돌파하기도 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